움파 룸파스

CES 2026

by 멧별

존경하는 작가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1964년에 발표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미디어 중독, 소아 비만, 자녀 과잉보호 등의 문제는 당시 이미 시작되고 있었지만, 그중 마이크 티비의 폭력적인 비디오게임 중독 및 미디어 중독은 현재의 스마트폰 중독 세태를 예견한 듯하다. 그의 작품에서 모든 악의 축은 아이들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이다.


로알드 달은 '마틸다'(1988)에서도 부모, 교사 가릴 것 없이 어른이 양육의 책임을 해태하고, 지극히 정상인 아이들을 본인 기준에서 비정상으로 몰아가며 괴롭힌다. 소설은 아이들의 어른에 대한 통쾌한 복수와 망쳐진 아이에 대한 다소 과격한 처벌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2026년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현대차는 이목을 집중받았다. '아틀라스'라는 휴머노이드가 기존 세상에 없던 동작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인데, 아틀라스는 현대차의 자회사 Boston Dynamics라는 회사가 만들었다.


이어서 바이럴 된 영상들에서는 공장에서 아틀라스가 사람을 대신하여 '노동'을 하고 있고, 가축을 노동의 보조수단으로 쓰던 인간의 오랜 습성과 유사하게 '스팟'이라는 4족 로봇이 작업 검수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작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주는 인간의 최소한의 역할도 이제는 필요 없어지고 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학습을 통해 능력을 향상하는 지능형 휴머노이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노사분규는 역사가 깊다. 회사의 이익을 노동자에게도 공정하게 분배하라는 노측의 주장과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고 성장을 위한 자원으로 유보해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은, 양측 모두 일정한 타당성을 갖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바, 평가는 개인의 몫일 것이다.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사측에 해당되는 윌리 웡카는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성공한 사업가가 되지만, 노동자로 위장 잠입한 '산업 스파이'로 인해 흑화 된다. 그는 직장폐쇄와 노동자 전원 해고를 단행한다. 찰리의 할아버지는 그때 해고 당하고, 이어 찰리의 아버지는 치약 공장 기계화로 정리해고 당하면서, 찰리 가족의 가계는 붕괴된다. 그 사이 윌리 웡카는 오랜 방랑 끝에 '움파 룸파스'라는 대체 노동자 집단을 찾아낸다.


그들은 고용계약서도 쓰지 않고 코코아 열매만 충분히 주면 군말 없이 작업장을 떠나지도 않고 24시간 교대근무를 해낸다. 심지어 2005년에 제작된 동일 제목 영화에서는 스타워즈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클론 부대(Clone Trooper)처럼 모두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 움파 룸파스가 등장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보면 여러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윌리 웡카와 현대차는 같은 심정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물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인류를 생계 및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숭고한 뜻"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로알드 달, 놀랍다.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 1920년)'이 로봇이란 단어의 최초사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잘 알려져 있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I, Robot(1950년)'에서 '로봇의 3원칙'이 등장한다.


●제1법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해를 입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제2법칙 :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단, 그 명령이 제1법칙과 충돌할 경우는 예외.

●제3법칙 :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단, 제1법칙과 제2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 원칙이 없거나 깨지면 우리는 영화 '슈퍼맨 3, 터미네이터, 매트릭스'같은 세상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공포가 이제 현실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누군가는 그런 짓을 저지르고 말 거라는 우려를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그럴 개연성이 농후한 후보군들이 이미 눈에 띈다. 부디 장준환 감독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년)'를 리메이크한 '부고니아(2025년)'의 결말처럼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로알드 달은 인간의 욕망이 기술의 발전과 결합하면 언젠가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 이미 상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실제 그 상상은 공장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현실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CES에 등장한 로봇들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