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의 책정보를 보고 'KCC-김훈체'라는 글자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꼼꼼히 구석구석 읽어보라는 가르침같기도 하다. 또한, 박경리체도 있고, 한글날 공포되어 알려진 주시경체도 있다. 글자체가 있다는 건 모든 글자를 본뜰 만큼 엄청난 양의 원고가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 보았다.
이번에 작가는 글을 모아서 책을 냄과 동시에 쓰는 일을 노동으로 평가했다. 연필을 삽에 대입시켜서 흙을 파는 원초적 노동과 필기구를 쥐고 생각을 종이에 옮겨적는 노동을 동일시했는데 양측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물리적 쓰기가 사라져가고 손가락 끝으로, 그것도 열 손가락에서 두 손가락으로, 때론 한 손가락으로, 그 수단이 옮겨간 지금에는 이것이 매우 클래식한 비유로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책의 제목 자체만을 '문학'으로 받아들일 뿐, 당장 문방구로 달려가 연필과 지우개와 원고지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내가 즐기고 있는 드라마 '회사가기 싫어'에 나오는 '한다스' 직원들이 보면 싫어할지 모르겠다.
드라마 ‘회사가기 싫어’는 너무 좋은 계몽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시켜야 하는건 알겠는데 그런 방법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 또는 '아무리 올라가도 태산 아래 뫼(회사 아래 월급쟁이)로다. 같은 처지에 작작하자.' 정도의 울림이 있다. 그러나, 브나로드 운동이 다시 전개된다 해도, 채영신 선생이 마음으로 가르친다 해도 이 부분은 괴발개발 헤매다가 회사생활을 마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면서 공항에서 샀던 책인데 주변에 독자들이 꽤 많아 반갑게 생각하고 있다. 얘기를 나눌 때 안주거리가 하나 생긴 샘이다. 근자에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최신 영화를 놓고 한참 얘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알고 있는 것이 다소 부족하여 깊게 참여하지는 못 했지만 다양한 대화주제의 흥미로움이 새롭고 즐겁게 다가 왔다. 언젠가 박주산채에 이 작가와 책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책에서도 작가의 친구들이 '후지고 허접한' 녹두전 모임을 한다. 작가는 '후져서 편안했다.'한다.
'사람은 아무것도 건너뛰지 못한다.'고 열차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 있다. 열차는 특성상 선로 위를 꼬박꼬박 달려 나가야 한다. 물을 만난 자동차는 배에 실려가기도 하더라만 열차는 다리를 놓고 그 위에 선로를 깐 다음에야 물을 지나갈 수 있다. 이쯤에서 은하철도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떡국을 꽤 많이 드셨다는 얘기다. ^^
'대박'이라는 덕담을 우리는 나눈다. 대부분 어떤 시작 시점에서 말하기 마련인데 숨은 뜻을 나름 유추해 보면 큰 고생이나 시련을 겪지 말고 짧은 시간 내에 성공을 이루라는 정도의 말인것 같다. 그러나 과정을 쌓아야 결과가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박과 같이 쓰는 말로 로또가 있다. 매주 열심히 로또를 사거나, 도박에서 매판 베팅을 꼬박꼬박 하는 것을 성실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꾸준히 목표를 향해 촘촘하게 시간들을 채워나가는 것이 성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요일에 일찍 잠들어 버린 죄로 일찍 일어나서 일찍 한주를 시작하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10년 전만해도 회사 캘린더에 펜으로 가득 적혔던 일정과 약속들이 지금은 핸드폰 속 캘린더로 들어와 앉았다. 내가 손가락 끝으로 쳐 넣은 것들이다. 이런 시대에도 나는, 우리는 연필로 글을 쓰는 작가의 생각을 탐독한다. 그 작가의 소설을 또 e-book으로 읽는다.
유연하게 생각해야 다가올 날들이 즐거울 거라고 생각해 본다. 혈압 오르지 않는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