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면 출세하라. 그들처럼.

이천 년 동안 이어온 복수의 계보

by 멧별

영화 '벤허'는 서기 26년의 이야기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가 26살 청년이었고, 영화에 따르면 벤허와 '메살라'도 청춘이었다. 벤허는 유대인이고 메살라는 로마인이다. 로마가 유대 땅을 지배하고 있었다. 둘은 어릴 때는 친구였지만 장성한 후에는 적이 된다. 어이없는 사고로 벤허의 가족은 노예로 전락한다. 그 배경에 메살라가 있다. 그렇게 메살라는 이제 적에서 원수가 된다.


벤허는 노예 신분일 때 예수를 만난다. 그리고, 복수의 일념으로 노예 생활을 버티던 중 극적으로 면천한다. 그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메살라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의 대결은 그 유명한 '전차 경기'로 이어지고 메살라는 거기서 증오에 겨운 과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게 벤허는 메살라에게 복수한다. 메살라는 죽기 직전에 벤허 가족의 행방을 알려준다. 가족을 찾는 과정에서 9년 만에 예수도 다시 만나게 된다. 예전에 그가 어려웠을 때 예수가 준 도움을 기억하고 지금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는 예수를 도와준다. 그 보답으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찾게 되는 벤허, 그의 복수극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벤허의 후손들은 그 후 전 세계를 떠돌다가 불과 얼마 전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 또 다른 원수와 복수를 낳고 있다.


벤허로부터 약 200년 후, 게르마니아 숲에서 로마의 용맹한 장군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르디우스'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로마는 더 커지고 세져서 큰 제국이 된다.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페인 출신인 막시무스를 양아들처럼 여기며 그에게 후계를 맡길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통치 형태는 공화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서두다.


인간사의 동기는 모두 질투라고 했다. 황태자 '코모두스'는 그의 아버지와 막시무스 사이를 시기한다. 그는 급기야 황제를 시해하고 막시무스도 죽이려 한다. 용맹과 기지로 죽음을 면한 막시무스는 아내와 아들을 걱정하며 고향으로 말을 달리지만 그들은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다. 여기서 새로운 원수가 생기고 막시무스는 복수를 결심한다.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인기 절정의 검투사가 된 막시무스는 황제가 된 코모두스와 결국 대면하게 된다. 그 둘은 로마에서 마지막 결투를 하게 된다. 모든 비겁한 방법을 썼지만 코모두스 역시 증오에 겨운 과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막시무스 덕에 로마는 선황의 뜻에 따라 공화정으로 바뀌게 된다. 그는 그렇게 복수에 성공하고 그리던 가족을 만나러 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영혼만 밀밭을 지나 집에 도착한다. 로마제국은 망했지만 그 후손들은 막시무스와 코모두스의 사망 장소인 '콜로세움'으로 계속 돈을 벌고 있다. 2020년에는 그것도 좀 어렵게 된다.


막시무스로부터 2000년 후, 대한민국 서울 이태원서 '박새로이'는 주점 '단밤'을 열어 거대기업 장가그룹과 운다. 장가그룹의 소유주 장대희와 그 아들 장근원이 박새로이의 아버지를 죽이고 범죄를 은폐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얘기다.


아버지를 잃은 그는 원양어선을 타고 돈을 모은다. 몇 년 만에 돌아온 그는 수의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 간다. 장가 부자의 반격은 거세져 가지만 복수의 일념으로 부딪쳐 오는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는 바르면서 손익에 밝고, 강하면서 부드러우며, 따뜻하면서도 단호하다. 극 중 대사 같이 '더할 나위 없다.'


결국 장가 부자는 증오에 겨운 과욕으로 박새로이 앞에 무릎을 꿇 된다. 박새로이가 설립한 회사 I.C.(이태원 클라쓰)가 장가그룹을 인수한다. 진심으로 해 온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에 성공한다. 랜 불행과 고난의 터널을 지나 행복한 삶에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아버지 무덤에서 단맛이 나는 소주를 마신다. 하루가 참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벤허, 막시무스, 박새로이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본인이 원인이 되어 가족이 불행해졌기에 그 자책감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복수를 꿈꾼다. 원수를 찔러 죽이는 피칠갑 복수도 있고, 원수를 항복하게 만드는 깔끔한 복수도 있다.


중국 고사에 망국의 한을 잊지 않기 위해 불편한 장작 위에서 잠을 자고 매일 쓰디쓴 쓸개를 핥았다는 '와신상담'의 예가 있다. 핵심은 복수의 과정이다. 그들이 힘을 기르기 위해 참고 견뎌온 세월이다. 삶이 억울하고 무언가 되갚아 주고 싶을 때 우리는 힘부터 길러야 하는 것이다. 출세를 해야 하는 것이다.


메살라, 코모두스, 장가의 공통점은 증오에 겨운 과욕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들은 요즘 말로 '자뻑'을 했다. 증오와 과욕으로 누군가를 짓밟고, 상대가 일어나면 다시 그것으로 대응한다. 결과는 자기가 무너지는 비극으로 점철된다.


증오에 겨운 과욕 없이 살아온 인생에 감사한다. 원수와 복수의 굴레에 들지 않은 평화로움에 감사한다. 하지만 내가 오로지 대립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 그 자체일 것이다. 만큼 나에게 인생은 도전이다. 끝까지 포용과 무욕, 평화가 함께 하길 바랄 뿐이다.


*'벤허'를 만화로 그려 처음 내게 소개해 준 만화가 '이두호'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