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이 귀에 익은 선율에 가사를 붙여 부르기 시작하자 시청자들은 감동했다. '남격 합창단'의 '넬라 판타지아'가 그 곡이다. 원곡은 영화 미션의 OST 'Gabriel's Oboe'다. 오보에? 오보?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그 곡은 '엔리오 모리꼬네'가 작곡했다. 그는 2020년 7월 6일 운명했다.
93세 고령의 그는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환자나 고령자에게 낙상이 위험한 것임을 잘 안다. 나는 그 기사를 7월 6일에 읽었다.
내가 미끄러진 건 7월 7일 아침이다. 욕실 앞이 물에 젖어 있었고 살짝 급한 맘에 종종걸음 치던 나는 쭈~울~떡 미끄러졌다. 다행히 나름 측방 낙법의 모양새로 무게를 분산하는 데 성공했다. 고교시절 낙법을 배워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때 낙법을 딱 한 시간 씩이나 배웠다.유도인이셨던 교장 선생님 덕에 학교에 유도장이 있었다.
찰나의 일이었다. 몸 전체가 공중에 뜬 짧은 순간, '혼자 사는데 이대로 발견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생명을 부지하고 안도하면서, 엔리오 모리꼬네의 치명적이었던 낙상과 가브리엘 신부의 오보에를 떠올렸다.엉뚱하다.
사건의 원인제공은 7월 6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구누구와 사회적 거리를 최대한 좁힐 목적으로 술을 마셨다.취해서 집에 와 샤워를 했던 것 같다. 샤워 중 누군가 전화가 와서 대충 닦고 나와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러곤 마스크팩을 붙였던 것 같다. 엽기적이다. 여기까지가 남아있는 희미한 기억이다. 그렇게 욕실 앞 타일은 이미 물이 흥건했다.
사고 직후 꾸역꾸역 일어나 볼일을 보고 다시 침대로 왔다. 그때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아래 증거사진은 7월 7일 아침 침대 옆모습이다.
프레임에 다 들어오지 않아 다소 설정을 했다. 부자연스럽다.
나는 낙상을 낙법으로 막았지만 고령의 작곡가는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아름다운 선율로 남았다. 내가 마스크팩과 슬리퍼와 수건따위로 남은 것에 비해 훨씬 훌륭하다. 가브리엘 신부의 쓰러짐은 총에 맞아서였다. 그가 들고 있었던 성광도 함께 부서졌다. 그것을 쥐느라 낙법도 못 했다.
사람들은 성광에 머리를 조아리다가, 또 성광에 총질을 한다. 제멋대로다. 아니다. 제 잇속대로다. 아파트값이 오르거나 세금을 덜 낼 수 있으면 십자가로 목탁도 칠 기세다.이익이 된다면 절과 교회와 성당을 순회하며 믿음을 바칠 태세다. 다 실사례들이 있는 얘기다.
엔리오 모리꼬네는 운명했다. 그는 작곡을 업으로 삼았었다. 그 일을 해서 돈도 벌고 밥도 먹었으리라.가끔 이런 자들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은 고매하고 순수해서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우리는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돈이 아깝지 않을 돈 이상의 무언가를 드릴 수 있다고. 타계한 작곡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