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마르다. 입맛을 다신다. 눈알이 따갑지 않을 만큼의 조도는 태양이 제공하는 것이 아닐 거라 확신한다. 눈을 뜨기 싫다. 주변을 느리게 더듬거리던 왼손이 둥글고 매끈한 물건 하나를 탐지한다. 악당의 비겁한 발악에 어울리는 무기, 지팡이칼이 떠오른다. 그 손잡이 끝에 달린 크리스털 장식. 왼손은 뭔가 어색함을 느낀다.
‘기어? 차?’
순간 몸이 아파온다. 녹슬고 이 빠진 망나니의 칼이 목을 치는 찰나의 고통. 통증은 우물물처럼 온몸에서 길어져 머리로 올라온다. 다문 입술 사이로 짧은 신음이 가까스로 흘러나온다. 눈을 뜨고 싶다. 경험한 적 없는 이 기묘한 감각들을 확인하고 싶다. 눈꺼풀은 턱걸이할 때의 내 몸같이 무겁다. 흰 체육복 소년의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안간힘처럼 눈을 뜬다.
유리 조각들이 서로를 놓지 않고 결연하게 스크럼을 짜고 있다. 그들 틈으로 나트륨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어지럽게 흩어져 온다.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기도하는 수도승이 된 기분이 든다. 이어서 후각이 살아난다. 발화점이 높은 기름이 끓으면서 내는 연기가 코의 신경을 건드리며 기도로 빨려들더니 이내 기침이 나온다. 순간적이고 반사적인 몸의 반응이 불러온 광범위한 통증에게 생각은 바통을 내민다. 다시 통증이 생각에게 바통을 내밀었을 때 몸을 일으키는 쪽으로 생각은 질주했다. 벼르고 있던 안전벨트가 가슴께를 낚아채며 나를 끌어 앉힌다.
어딘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치이 치이’ 브러시로 심벌을 연주하는 소리가 난다. 헤하고 입을 벌린 보닛과 범퍼 사이의 틈으로 안개 같은 하얀 김이 새어 나온다.
‘조금만 리듬을 탄다면 스캣을 넣어도 좋겠군.’
몇 분의 관찰 결과 차는 트럭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것 같다.
‘근데 이 차는? 왼손에 기어. 난 조수석에 있다. 누가 사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