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음식이 선사한 또 다른 일상
한국에서 치앙마이로 떠나올 때 한국의 기온은 30도, 습도도 상당했다.
7월 태국 치앙마이의 아침저녁은 기분 좋게 선선하다. 태국 북부의 날씨가 원래 이런 지, 아니면 우기라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그런지 낮에도 구름이 낀 날은 서울보다 선선한 느낌이다.
오기 전 내내 비 예보가 있었는데 도착해서 해를 가려주는 구름 낀 날씨가 계속되어 축복 같은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 동남아 맞아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오늘도 호텔 스탭 청년 ‘C’(내가 지은 가명이 아닌 자기 이름이 A, B, C의 C라 한다.)는
퇴근하며 인근 로컬 아침 시장에 오토바이로 태워다 주겠다 한다.
이제 이 친구는 자기의 일상처럼 나의 일상처럼 내게 아침 오토바이 라이딩이라는
신세계를 열어 주었다.
나를 뒷자리에 태우고 오토바이는 오늘 아침도 바람을 가르며 수로(해자)를 옆에 끼고 대로를 달린다.
치앙마이(Chiang Mai)의 수로(해자, Moat)는 성벽과 일체형을 이루며 도시의 역사와 방어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공 구조물이다.
치앙마이 올드시티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구조로, 해자와 성벽이 사방 4면을 둘러싸고 있는 특이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한 변의 길이는 약 1.5km, 전체 길이는 약 6km에 달한다.
해자는 1296년, 망라이 왕(Mengrai)이 란나 왕국(Lanna Kingdom)의 수도로 치앙마이를 세우면서 함께 조성되었다고 한다. 특히 당시 위협이 되었던 버마(현 미얀마), 몽골 세력 등을 방어하기 위한 성벽과 해자의 일체형 방어체계 구축하고 있다.
치앙마이 올드시티는 이 사각형의 해자(수로)와 성벽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어 올드시티 시내를 다니다 보면 항상 마주치는 일상의 공간이다. 대부분의 시장과 상점들은 이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 내부의 속살 같은 공간 곳곳에 사원과 유적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오사카성의 넓고 깊은 해자와 높은 성벽이 일반일들이 범접 못할 요새와 같은 모습이라면 치앙마이의 해자와 성벽은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고 일상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같이 아침 식사를 하자는 나의 요청에 무심한 웃음으로 거절을 표하며 나를 시장입구에 내려주고 홀연히 C는 오토바이를 타고 자기 길을 간다.
시장 입구부터 열대과일이며 알 수 없는 야채들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고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나라 광장시장 느낌의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한 소규모의 음식점과 각종 야채, 반찬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이 시장의 이름은 치앙마이 게이트 마켓(Chiang Mai Gate Market)이다.
신기한 것이 나름 전문화되어 있어 한 가게에서는 김이 풀풀 나는 하얀 쌀밥, 흑미 찹쌀밥을 팔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밥에 먹을 우리로 말하면 반찬들, 나물무침이며 고기 조림이며 생선 구이를 팔고 있었다.
반찬의 종류를 알 수 없었지만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김이 풀풀 나는 갓 지은 쌀밥은 사고 싶은 양만큼 사면된다.
영어가 안 되는 상인에게 작은 비닐봉지를 가리키고 거기에 담아달라 하였다.
가격을 알 수 없어 20바트(800원)을 내미니 10바트의 거스름돈을 준다. 밥값은 10바트(400원)인 셈이다. 김이 모락모락 하는 밥만 먹어도 맛있을 그 밥을 400원에 샀다.
한종류에 20바트(800원)가격의 나물무침, 볶은 채소, 매운 소스에 볶은 돼지고기 조림등을 골랐다.
다 해서 90바트(3600원 수준)정도였다. 40~60바트(2500원 수준)의 국수집과 밥집이 많은 치앙마이에서 90바트면 아침엔 적지 않은 중간규모의 호사다.
시장 한쪽에 있는 공용 테이블로 가서 비닐 포장지를 깔고 그 위에 밥과 반찬을 올려놓고 태국 현지인들처럼 그들의 옆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밥과 반찬으로 하는 일상의 아침식사가 새로운 음식, 공간으로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고수와 토마토 그리고 태국 로컬 나물(나중에 확인하니 로컬 채소 ‘짜옴’이었다)로 무친 태국 나물 무침은 흰쌀밥과 찰떡궁합이었다. 밥 한 그릇을 뚝딱할 정도로 맛있는 밥반찬이었다.
기대하지 않았고 알 수도 없었던 새벽시장과 거기서 마주친 낯선 음식이 주는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한 낯섦이 준 또 하나의 아침 선물이다.
여행관련한 에세이중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보았던 익숨함과 낯섦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집에 있을 때 나는 사물들의 구체적인 모습에 무감각해지기 쉽다. 익숙함이 나를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는 그 차이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At home, I tend to be blind to the particularities of objects, because familiarity has anesthetized me to them. But abroad, I am alive to the differences.
먹고 마시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이 이렇게 다양한 색으로 맛으로 느껴지는 건
알랭드 보통이 얘기한 익숙한 곳에서의 편안함이 주는 마비에서 풀려 나는 마법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식사를 마치고 길 건너 노점상들이 있는 나무 그늘에 앉았다.
과일 주스를 하나 들고 전자책으로 치앙마이에 와서 빠져 있던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는 작은 호사를 누린다.
책 속 일제강점기의 과거와 치앙마이 로컬 시장 현재의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진 것 같은 그 중간쯤 어딘가의 낯선 시공간에서 평온한 낯섦의 시간이 수로의 수면 위로 흐른다.
재미교포의(김주혜 작가 ) 영어소설을 한글로 번역한 번역가의 문장이 너무나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어 영어원문을 중간중간 찾아 읽게 만드는 매력에 빠져 책을 읽다가 또 고개를 들어 바람에 일렁이는 수로와 가로수들을 보면서 눈과 마음을 쉬어간다.
또 다른 낯섦이 주는 신선한 하루가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