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한동일), 익숙한 나와의 이별
"Postquam nave flumen transiit, navis relinquenda est in flumine.
포스트쾀 나베 플루벤 트란시이트, 나비스 렐린쿠엔다 에스트 인 플루미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이미 강을 건너 쓸모 없어진 배를 아깝다고 지고 간다면 얼마나 거추장스럽겠습니까?
본래 장점이었던 것도 단점이 되어 짐이 되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려움이 닥치고 나서야 한때의 장점이 거꾸로 저를 옭아매는 단점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물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쉽게 알 수도 없지만 섣부르게 "이것은 내 장점이다 단점이다"라고 규정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고, 또 환경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라틴어 수업"-단점과 장점(한동일)
나의 장점이 어느 순간 단점이 되는 경우를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험하게 된다.
특히 과거 오랜 조직 생활을 해오면서 그리고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서 나 스스로 그리고 주위 선후배들이 인정해 주었던 장점이 단점이 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당혹스러운 일이다.
특히 그러한 경향은 조직에서가 아닌 사적인 영역인 가정과 나의 사적 모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십 년 동안 빠른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하고 치열하게 치고 나가야 하는 조직생활에서 배어버린 나의 장점들이 가정생활에서는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단점들로 변화하는 것을 최근 몇 년 동안의 삶에서 경험했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조직에서의 물을 빼는데 최소 몇 년은 걸린다고.
내 경험으론 시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문제, 결단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간만 지난다고 몸에 밴 물이 빠지지는 않는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버려두고 걸어가야 하는데 배를 버리지 못하고, 아니 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서성이는 나의 모습을 보아왔고 때때로 앞으로 걸어야 하는데 뒤로 역주행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도 된다.
"나이를 먹고도 이해도 공감도 못 하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답이 맞다고 하기에는
세상은 급변하고 갈수록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어제의 답이 오늘은 답이 아니게 되고,
오늘은 답이 아닌 것이
내일은 답이 될 수 있는 때입니다.
마찬가지로 어제의 메리툼이 오늘의 데펙투스가 되고, 오늘의 데펙투스가
내일의 메리툼이 되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를 살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메리툼이고 데펙투스인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곁가지를 뻗어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내 안의 땅을 단단히 다지고 뿌리를 잘 내리고 나면 가지가 있는 것은 언제든 자라기 마련입니다."
- 라틴어 수업:단점과 장점(한동일)-
* 메리툼(Meritum, 장점), 데펙투스(Defectus, 단점)
끊임없이 나를 살피며 떠나보낼 것은 떠나보내고 또 새롭게 뻗어나가야 할 가지를 위해 또 다른 내 안의 땅을 다지고 뿌리를 내리는 길을 포기하지 말고 가야 할 것이다.
이문재의 "지금 여기가 맨 앞"이란 시를 읽으며 이제 그만 건너온 배를 버려두고 맨 끝이고 맨 앞인 내 길을 앞을 보면서 걸어가 보자.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