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뒷모습(안규철): 멈춤, 배우지 않은 낯섦
조각가 안규철의 "사물의 뒷모습"은 조각가의 물리적 예술작품처럼
우리가 보지 못하는, 보았어도 깨닫지 못했던 우리의 감추어진 뒷모습을 글로 조각하며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라는 표지의 안내글처럼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이
왼쪽 페이지에 그 그림 소재의 글이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짧은 글 긴 생각'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보석과 같은 글들이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뭔가를 배우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정지 상태로 옮겨놓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일이 어떻게 끝날 지를,
그 일의 반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멈추는 법을,
말하기 위해서는 침묵하는 법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잊는 법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알아야 한다."
사물의 뒷모습(안규철), 우리가 배우지 않은 것
안규철은 멈추고, 침묵하고,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한다.
더 빨리, 더 많이의 속도와 양의 경쟁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멈추라고 말한다.
멈춰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얘기한다.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가는 방법만을 배웠지
멈추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뭔가를 이루고 소유하는 방법만을 배웠지
그것과 헤어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만을 배웠지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러므로 지금은 다시 멈춰야 하는 시간,
우리가 배우지 않았던 것들을 위해
지평선 너머를 응시해야 하는 시간이다."
사물의 뒷모습(안규철), 우리가 배우지 않은 것
어디서부터 무엇을 멈춰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멈추어 서서, 가야 할 길을 다시 생각해 보고
소유하고 있는 것 중 버려야 할 것을 정리해 보고
내가 속한 세상과 세계 경계선 밖으로 나가서 내 삶을 객관화하여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더위가 멈춰 서기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