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씨앗
한 장의 종이 위에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으로 책이 역어지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게 피어난 문장들은
비 오는 날의 낙엽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을 채운다.
불이 나고, 권력이 휘몰아쳐도
책은 숨어 흐르던 강처럼
다시 사람들의 가슴으로 돌아온다.
책은 기억의 씨앗이기에
읽는 이는 그 씨앗을 품어
다시 피어날 계절을 기다린다.
값을 치른다는 건
종이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그 마음에 깃든 생명을 인정하는 일.
책을 쓰는 손도, 읽는 눈도
서로의 등불이 되어
이 문명의 밤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