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기 위해 쓰는 글

by sook

폐암 4기.


그 말을 들은 날,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 없었다고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의사의 입술만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4기입니다. 전이가… 이미 뇌까지 꽤 진행됐습니다.”

그 말은, 내 인생이 반으로 꺾였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죽음’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아이 둘, 특히 아직 내게는 마냥 어린 둘째 쭈

그리고 매달 감당해야 할 생활비.

치료비는 또 어떻게 감당하지?


나는 엄마였다.

그리고 엄마는 무너질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절망 속에서 생존을 선택했다.



처음 시작한 건 표적치료제 복용이었다.

다행히도 잘 듣고 있다고 했다.

버텨내는 날들이 쌓일수록,

나는 조금씩 나를 회복해갔다.


하지만 몸이 괜찮아진다고

삶이 괜찮아지는 건 아니었다.

생계는 매일 내 목을 조여 왔고,

돈에 대한 불안은 치료보다 더 날카롭게 나를 찔렀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살기 위해, 울지 않기 위해.


글은 내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줬다.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는 연결감.

그 모든 게 나를 조금씩 살리고 있다.



지금도 나는 버티고 있다.

글을 쓰고, 알바를 하고, 치료를 받으며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낸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는 내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어쩌면 아주 사적인 기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글들이 내 아이에게 남겨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이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울지 않기 위해 쓴다.

그리고 살아내기 위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