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처음으로 글에 씁니다

by sook

나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내 남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


그 사람은

내 삶에 가장 큰 사랑이었고,

가장 깊은 상처이기도 하니까.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나서

나는 오로지 두 아이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내가 무너지면, 아이들마저 함께 무너질까 봐.

내가 눈물을 보이면, 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까 봐.

나는 매일 ‘괜찮은 척’에 익숙해졌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울고 싶은 순간들을 꾹꾹 눌러 삼켰다.


그래서였는지,

사람들 앞에서 한 번도 남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워서가 아니라,

지우지 못해서였다.



그런 내가 오늘,

처음으로 그 사람을 글로 꺼낸다.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리움이 너무 오래되어

더는 마음속에만 담아둘 수 없어서.



그 사람은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따뜻한 사람이었다.

말보단 행동으로,

티 내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힘들어할 때,

등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손을 얹어주던 그 온기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아이들 웃음에 가장 크게 웃던 사람.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작은 순간까지 소중히 여기던 사람.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그 시간은 내게 너무나 단단한 ‘기억의 기둥’이 되었다.

힘들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서 그 사람을 꺼낸다.

“당신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당신이 옆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 내가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고

하루하루 치료를 받으며 버티는 이 시간에도

나는 그 사람을 떠올린다.


그가 옆에 있었다면

아마 나보다 더 아파했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살리려고 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지만

그래서 나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그 사람 없이,

하지만 여전히 그 사람 덕분에.



아이들 얼굴에서

그 사람의 표정을 가끔 마주할 때면

나는 조용히 웃는다.

그리고 속으로 말한다.


“여보, 나 잘 버티고 있어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남긴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이건 내 첫 고백이다.

그를 처음으로 글에 쓰는 날.

조용히 울어도 괜찮은 밤.

그리고 사랑을 기억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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