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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jin Feb 20. 2023

다시 적어보자(다짐)

 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책을 좋아하고(책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이나 인물, 문제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생각하는 것과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그것들을 일기든 메모든 문자로든 쏟아내고 기록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마음이 괴로워지는(그림이나 음악 같은 형태로 분출하고 싶지만 그런 재능은 타고나지 않아 슬플 뿐이다) 나의 지랄 맞은 성향 때문에 뭐든지 적고 싶었다. 글 쓰는 것을 배운 적은 당연히 없고, 오랜 해외 생활로 한국어 단어는 한정되어 있고, 재능이 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쓰다 보면 남욕이고 내 감정의 쓰레기 파편들과 불만을 기록하는 정도로 되어버리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 너무 답답하니까. 그리고 막연히 '죽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좋겠지'라는 생각 정도만 가지고 있다. 누가 읽어주든 읽어주지 않든......'나'라는 인간에 대한 기록 정도 남겨 놓으면 참 좋겠다.라는 소망 같은 것이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이 중국에서 책을 나눠주는 한국 작가님이 만든 위챗 단체방이라며 고맙게도 나를 넣어 주었다. 중국에 있는 작가분이라고 하는데, 경력도 화려하고, 브런치에 글도 쓰시고, 이미 출판을 하신 분이란다. 그리고 정말로 한국책을 공짜로(?) 나눠  주신단다. 책 욕심에 덜컥 고맙습니다! 하고 들어가 며칠을 관찰한(?) 결과.......'아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작가는 이렇게 되는 것이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절망감이 들었다. 그분은 정말 넘쳐나는 에너지로 중국 전역에 흩어진 사람들을 모아서 매일 아침 위챗방에 브런치에 쓴 글을 올리신다. 그러고 나면 그 사람들이 구독자가 되기도 하고 라이킷을 하기도 하고....... 뭔가 생활에 도움 되는 글(?) 같은 것들을 올리기도 한다.  심지어 소장하고 있던 구하기 힘든 책까지 공짜로 나눠 주기까지 하니, 그 위챗 방 안에서 그분은 "작가님"으로 찬양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절친이 아니면 주변인 아무도 알 수 없는 계정이지만, 나도 브런치에 글을 쓰기는 하는데 (비록 몇 개 올리지도 않았고, 허접한 내 기록일 뿐이지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거 슬그머니 그 방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여기에 글을 쓰는 것이 참 허무하다. 그냥 일기장에 적어버리지 뭐....... 요즘은 그렇게 해야 하는구나. 나는 결국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버린 아줌마이지, 누군가 읽어주어야만 유지되는 곳이구나'라는 절망감에 한동안 빠졌다.  물론 타고난 나의 기질이 바뀌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라, 쏟아내지 않으니 가슴이 답답했다. 


사실, 나라는 인간은 평생의 화두가 "인간관계"였다. 정확히 "한국적인 인간관계"로 말하면 맞을 것이다. 빈말은 하지도 못하고, 돌려서 말하는 것도 하지도 못하고, 싫은 것은 죽어도 하기 싫어하면서, 적당히 참을 수 없는  나의 타고난 성향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쭉 장애물 같은 것이 되었다. 특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가벼운 관계를 맺으며 적당하게 예의를 차리고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받는 관계는 내가 가장 힘들어하면서, 하기도 싫은 것이라 상대가 나를 그렇게 대하는 순간이 오면 나는 그 관계를 스스로 정리해버린 적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상처받는 것은 나였고 번뇌와 고민을 짊어지는 것도 나였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재능(?) 인지, 나이가 주는 선물인지 이제는 그런 관계로 맺어질 거 같은 사람들을 추려내는 감각 같은 것도 생겨나, 나는 마흔이 넘은 지금이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문득문득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빗방울을 맞는 것처럼 예고 없이 그런 상황들을 대면했을 때는 며칠간 잔뜩 웅크려 집안에서 나를 정화(?) 시키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한국식의 아줌마 모임이 육아보다 더 힘들었다.  겉으로는 나이스 하지만 치열하게 상대를 탐색하고 뭘 얻어볼까(물질적이든 정보이든, 혹은 무료한 시간을 탐하는 것이든) 하는 '눈알의 굴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몇 주 중단했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람들, 서로 주고받기 위해 뭉쳐 있는 사람들. 그 속에 있는 내가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우직하고 미련스러운 나의 성격을 어찌해야 하나..... 여기에 글을 계속 쓸 수 있어야 하나(아무도 봐주진 않지만...) 글을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그렇게 몇 주는 지냈다. 


 그리고 결론은, 잠시 욕망- 나도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데- 같은 것이 생겼지만 결국 그건 그 사람의 길이고 나는 내 길을 갈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잠시 쉬어보니 말하고 쓰고 기록하고 그런 것들을 내가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천성이 어디 가겠나....... 그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지.  일단 적어보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도 보지 않고, 더구나 잘 쓰지도 않고, 홍보(?) 같은 것을 할 생각도 없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일상을 적어나가다 보면 나중에 내가 할머니가 되고 세상에 없을 때, 나의 아이가 엄마의 기록이라도 읽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힘을 내서 글을 써나갈 것이다! (책은 받지 말고, 알라딘에서 해외 배송을 시키고, 아쉬운 대로 중국어로 영어로 찾아서 잃지 뭐!!!!) 비록 트렌드는 따라가지 못하고, 자기만족으로 끝날 글이라도 뭐 어떤가, 나는 이런 사람인데 타고난 대로 사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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