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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jin Sep 06. 2023

2023/09/04

엄마가 엄마가 된다는 것


 오늘 친정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이가 개학했으니, 월요일 아침에 엄마와 통화를 하는 건 의무다. '

 엄마는 딸이 하나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손주가 개학한 월요일 아침에 전화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엄마는 늘 하는 말을 이어간다. 주말에 이모를 만났다. 아빠가 집에 있는 것이 갑갑하다.  왜 이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엄마의 엄마 엄마의 아빠가 원망스럽다. 등등등......


 그런데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그 모든 말을 듣는 것이 불편해졌다. 나의 마음 한편엔 "엄마도 나에게 그렇게 완벽한 엄마가 아니었어"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일렁인다. 한편으론 내가 그 말을 뱉어 내는 순간 엄마를 잃어버릴 것 같은 유치한 마음이 들기도,  내가 나쁜 딸인가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엄마는 늘 나를 최선을 다해서 키웠다고 한다. 엄마가 받지 못한 관심과 지원을 나에게 해줬단다.  그런가? 나는 늘 의아하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건 안다. 그런데 나의 부모님은 당신들이 아는 세상에 나를 가두고 그 안에서만 살아라고 했다. 그 세상을 벗어나려 하면 욕심을 부리는 것이고 이기적인 것이었다. 그 세상에서 딱히 행복하지도,  잘 살지도 않았으면서 그곳에서 아이를 내보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밖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욕심이 많고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 된다.  

 


 이번 여름 4년 만에 간 한국의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했다. 나는 늘 '한국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친정이 좋다'라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왜 말을 꺼내지 못할까, '엄마가 불편하다고, 엄마가 했다는 최선이 정말 최선이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내가 아이를 키우고 나니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내가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고....'이제 와서 엄마를 잃어버린다고 해도 내 삶이 딱히 달라지진 않는다. 나는 이미 가정을 이루었고, 내 삶은 이곳에 있다. 그런데도 꾹꾹 참아가며 편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엄마의 말을 의무감으로 죄책감으로 듣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된 나를 생각했다.

  

 나는 편안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내가 아는 세상, 내가 모르는 세상, 내가 알고 싶은 세상, 더 큰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 아이가 나보다 더 큰 세상을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의 말을 듣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를 인정해 달라고 말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가 엄마가 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엄마가 엄마가 되지 못하면 아이에게 짐을 지우게 된다.


 친정 엄마와의 통화가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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