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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직업
교사의 학기초, 전입으로 인한 변화
by
블랙홀
Apr 13. 2022
필자는 30년의 교직생활 중
25년 정도를 저학년만 가르쳤다.
그 외의 학년은 몇 번안되었지만 같은 학년을 계속했을 때 장점은 의외로 많았다.
중등처럼 전문 담당 과목이 있다면 대학 때부터 전공한 것이고, 현직에서도 전공과 같은 과목이니 큰 문제가 없겠지만, 초등처럼 전과목을 가르치면서 6개 학년을 수시로 바꿔가며 맡은 경우
교사는 시행 착오는 물론 수업 준비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교사들을 보면 저학년은 저학년만. 고학년은 고학년만을 고수하는 경우가 있다.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 전년도와 같은 학년을 맡았을 때의 장점
(1) 그 학년의 교육과정이나 교과목의 내용을 이미 꿰뚫고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학습목표를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
(2) 교실도 같은 교실로 배정받는다면 학기말 이사 준비를 할 필요도 없고, 전년도의 학년에 관한 자료가 모두 컴퓨터 안에 있으니 꺼내 쓰기도 쉽다.
(3) 그 학령에 맞는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생활지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
(4) 이미 활용한 학습지 등 자료들을
피드백해서 적절한 때 사용할 수 있다.
(5)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
사실 저학년을 하다가 고학년을
맡으면, 아이들의 큰 덩치에 첫날은 당황하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빨라 교사보다 큰 아이들도 꽤 있다. 수학이나 과학 등은 미리 지도서를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해야만 가르칠 수 있으니 따로 수업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 학교는 같은 사람이 최소 2년 이상을 연임하는 연임
학년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2
.
학년이 바뀌었을 때 교사의 적응
(1) 학급 아이의 실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결손가정, 한부모가정,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 친척집에서 키우는 경우 등 확인)
(2) 아이의 이름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외워야 한다.
(좌석별 앉은자리를 보고 교탁에 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
교사와 학생 간의 래포를 형성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이름을 기억하고 잘 불러주는 것이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야~~ 야~~ 하고 부른다든가 손가락으로 지칭하면 아이의 입장에선 선생님이 나에 대해 관심이 없구나.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아이의 병력 관계나 알레르기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시력이 나쁘거나, 청력 이상이면 좌석을 앞쪽에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바로 뒤의 학생과 학급 아이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맞다. 다른 친구는 학기 초부터 자신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교사는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4) 같은 학교에 형제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둔다.
무단
결석이나 급한 상황 발생 시 부모님과의 연락이 안 될 경우 고학년 형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5) 학부모의 교육관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좋다.
초등학교는 의외로 부모의 도움을 요하는 것만이 많다.
등. 하교 시 '녹색어머니' 나 '학급 부모회'를 조성하기 위해선 맞벌이인지 어린 동생이 있다든지 등을 알면 학급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외벌이라고 해서 녹색어머니 활동을 부탁했을 때 거절을 당하면 교사도 난감할 경우가 있다. 이런 조직은 담임이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전체적인 조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
. 전근으로 인한 교사의 적응
전근으로 학교가 바뀌면 원하는 학년을 배정받지 못할 때가 있고, 업무도 다르다면 파악하는 시간도 별도로 필요하다.
사돈댁에 가니 김장 담그는 풍습도 다르다고 학교의 특색에 맞는 교육과정 내용과 교육목표라는 본질은 같으나 교육과정 내용이 지역과 학교장의 교육방침에 따라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몇 년 간 해보지 않은 학년을 맡으면 수업 전 따로 수업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고학년의 수학이나 과학은 그 수준이 외국의 대학처럼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 그 말도 맞다.
표준법에 맞게 말을 하고 쓰면 되고, 덧. 뺄셈만 할 줄 알아 물건을 사고파는데 지장이 없다면 살아가면서 큰 지장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교과서 집필진의 대부분이 대학교수로 되어있어 그 문제에 대한 개선점을 꾸준히 제기되어왔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대학교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을 갖는 게 많기 때문이다.
박사나
석사는 한 가지 주제로 논문을 써서 통과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교사와는 어느 한 주제에 관한 논문을 통과해서 학위를 받기 때문에 전문교육을 요구하는 대학에선 가능하지만 초. 중등의 현실에 대해선 태반 모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의 집필을 대학교수들이 함으로 해서 생기는 오류라 할 수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초등교사가 초등 교과서를, 중등교사가 중등교과서를 집필함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교육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 필자는 대단히 실망스러움을 금지 못한다.
대학교수보고 초등에 와서 한.두시간만 수업을 하라 하면 교수들은 두 손, 두발을 다 들 것이다.
스승의 날, 학부모에게 수업을 요청하는 예가 있어 학부모 중 대학교수이신 분께 부탁한 적이 있는데,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는 경우를 봤다.
아이들의 학령에 맞는 용어로, 적절한 변화를 주는 언어의 고음과 저음의 사용, 그리고 적절한 모션을 취해줘야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을 수업으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교수들은 성인을 상대로 한 일방적 강의식 수업을 하면 아이들은 단 5분도 안되어 집중을 하지 못하고 지들끼리 떠들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교수 따로 아이 따로인 엉망진창 수업이 되는 것이다.
특히 초등교사는 탤런트처럼 수업 중에 다양한 변화를 줘야 아이들은 흥미를 잃지 않고 교사의 수업에
빨려 든다.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 하품하다 잠이 드는 것과 같다.
초등교사를 오래 하다 보면 일반인들은 직업을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교사라는 걸 금방 알아챈다.
그 이유는 교사 특유의 발음과 언어의 변화, 제스처 등을 가지고 안다고 한다. 어린이 집 교사는 더 심해서 전화로도 어린이 집 원장인지, 교사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일관적인이면
꽃게 풀어지듯 난장판이 벌어져 수업은커녕 교사의 말소리조차 그 속에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변화적인 언어와 제스처로 등으로 동기유발이 필요하지만 교수님들은 성인대학생 다루 듯 수업을 하니 재미가 없다.
대부분의 교사는 전년도에 맡았던 학년을 원하는 경우는 과목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 교육과정 계획서를 작성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근을 가면 학교의 각 위치와 규칙을 알아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
* 쓰레기봉투는 어디에서 타오며, 어느 요일에 쓰레기 장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 교사의
소모물품은 누가 주는지(행정실 또는 캐비닛 보관 등 다르니 확인 필요)
* 급식실, 보건실, 강당(체육수업), 과학실, 창고, 우유급실 등은 확인
* 중학년 이상은 그동안 재학했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1학년은 아무것도 모르니 하나씩 알려줘야 한다.
* 보이지 않는 소소한 사항에 대해 담임이 알아야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 학기초에 학교 도면을 한 장씩 주지만
때로는 고학년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4
. 아이 파악하기
유난히 움직임이 잦아 돌아다니면서 교사의 말에 반응을 하지 않는 아이나, 정반대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아침 등교에서부터 하교시간까지 자리에서 움직임이 없는 아이들이 있다.
문제라면 친구들을 툭툭 건드린다든지, 수업시간에 마음대로 돌아다거나 밖으로 나가든지, 다른 아이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마음대로 사용한다든지, 아예 교사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적령기의 또래들처럼 적당한 행동의 아이들은 3월이 중반을 넘긴 즈음에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내 기억으로는 학기 초는 아이들 이름 외우랴, 환경 정리하랴, 업무 파악하랴, 정신이 없는
지나가서
관찰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경우도 흔했다.
새로운 학교에 대한 적응이 완전히 되려면 최소 3개월이 지나야 하는 것은 교사나 아이들이나 같다고 생각한다.
TIP :
1. 필자가 쓰는 글은 필자의 경험에서 얻은 글들이지 전체의 교사를 대변해서 쓰는 것은 아닙니다.
2. 따라서 글에 대한 이해는 이런 것도 저런 일도 있구나 하는 수준에서 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그리고 온라인상의 글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든 볼 수 있기에 편향적인 글은 더더욱 지양하고 있답니다.
4. 다만 내 경험이 교직의 후배들이나 초보 학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이렇게 교사생활을 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정도로만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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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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