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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Jun 30. 2024

겨울

한길 깊이로 김장독 묻어 두고


살얼음 둥둥 뜬 동치미랑

시린 손에 끌려 나온 빨간 배추김치

보기도 꼴깍


뜨거운 김칫국에 찬밥 말아

삼시 세끼를 먹어도

웃음이 헤펐던 어린 시절.



비료포대에 몸을 맡기고

바깥으로 나 돌다

엄마한테 혼쭐이 나도

마냥 지기만 하던 웃음보


간밤에 내린 눈이

천지를 꽁꽁 얼어붙으니


어릴 적 엄마가 생각난다.

어릴 적 내가 그리워진다.




(해 설)


배 고픈 시절, 

갓 버무린 김장 김치는 철없던 아이의 주린 배를 가득 채워줬다.

밤 새 절인 배추를 산더미처럼 쌓아,  젓갈 냄새 가득히 쓰윽 버무려 

하얀 쌀 밥에 얹어 입이 찢어지게 먹던

그 날들


그때 가족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김장 대신 일 년 열두 달 배달 김치를 사 먹는 지금

생김치를 기름에 통 깨에 버무려 봐도 

지금은 그 맛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지난날이 그리울 때는 

찬 밥에 물 말아 김치를 올려 먹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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