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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Aug 09. 2024

눈치제로, 소신주의(2)

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커트머리가 지저분해서 머리를 볶고 학교에 갔더니ㅡㅡㅡ보자마자 b가 하는 말 " 우와!  시골할머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나이는 먹었어도 '아줌마'라는 말도 귀에 거슬리는데 무에?  할머니라고??


이런 그렇잖아도 뽀글이 모습이 은근 신경이 쓰여  보이려 귀 밑머리를 꽂았건만 ㅡㅡㅡ그런 비수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진지하게 '할머니란 말은 너무 심하다.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안 좋다"라고 했더니 허걱! " 할머니 같아 할머니"라며 실제 그런 걸 어쩌냐고 돼묻는다.


그래도 상대방이 기분 나쁜 말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이 녀석은 복도에서 만나니 또 시골 할머니 같단다. 그 것도  시골할머니. 주변에 다른 애들도 있만ㅠ


수업시간에 진지하게 자꾸 왜 그러냐고 물으니 첨 만났을 때 생머리 커트로 바꾸란다. 이런, 거금 5만 원이나 주고 이미 볶아버린 걸 다시 원위치하라니...... 그럼 내 머리는 꼬스라질텐데...... 어르고 달래 손가락 복사까지 하며 입밖에 내지 말라고 약속했건만...... 계단에서 만나니 의미심장하게 씩 웃고 있다. 기분 나쁘게.....


파마 후 헤어로션을 바르고 갔더니만 쪼물딱은 5분마다 한번씩 볶은 머리를 만지며 "선생님, 머리 감았어요?"라고 연신 물어보고.


아이들이 교사의 언행이나 복장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알고 있지만, 40분 수업을 만남에도 이렇게 관심을 갖다니 새삼 교사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하아!!! 정말 스트레스받아 쉬는 시간에 화장실 거울을 보 다듬어봐도 조금 그렇긴 하다. 요리보고 조리 보니 ㅠ처진 쌍꺼풀, 미간의 한 줄 주름 찌익, 탄력 없는 볼살, 유독 늘어난 목주름, 대한민국 지도를 연상케 하는 기미......

아이의 말 한마디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긴 5학년 아이들의 눈썰미는 아무리 짙게 화장을 해도 감출 수없나 보다.


다이소에 들려 요즘 유행하다니 분홍, 노랑, 연두색 일자 핀을 사서 이리저리 꽂아봐도 별 볼일 없는 모습이다.


결국 미용실에 연락하니 볶을 때보다 풀 때가 더 돈이 든단다. 에잇 차라리 참자. 조금 있음 방학인데.


그렇게 b는 좋게 말하면 소신 있는 거짓말 하지 않는 아이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 없고 고집 센 아이다.


하지만 주 5일, 2시간 근무라도 매일이 즐거웠는데, 뽀골이 파마 때문에 방학이 끝나도 당분간은 눈치를 보고 다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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