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커트머리가 지저분해서 머리를 볶고 학교에 갔더니ㅡㅡㅡ보자마자 b가 하는 말 " 우와! 시골할머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나이는 먹었어도 '아줌마'라는 말도 귀에 거슬리는데 무에? 할머니라고??
이런 그렇잖아도 뽀글이 모습이 은근 신경이 쓰여 젊게 보이려 귀 밑머리를 꽂았건만 ㅡㅡㅡ그런 비수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진지하게 '할머니란 말은 너무 심하다.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안 좋다"라고 했더니 허걱! " 할머니 같아요 할머니"라며 실제 그런 걸 어쩌냐고 돼묻는다.
그래도 상대방이 기분 나쁜 말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이 녀석은 복도에서 만나니 또 시골 할머니 같단다. 그 것도 시골할머니. 주변에 다른 애들도 있건만ㅠ
수업시간에 진지하게 자꾸 왜 그러냐고 물으니 첨 만났을 때 생머리 커트로 바꾸란다. 이런, 거금 5만 원이나 주고 이미 볶아버린 걸 다시 원위치하라니...... 그럼 내 머리는 꼬스라질텐데...... 어르고 달래 손가락 복사까지 하며 입밖에 내지 말라고 약속했건만...... 계단에서 만나니 의미심장하게 씩 웃고 있다. 기분 나쁘게.....
파마 후 헤어로션을 바르고 갔더니만 쪼물딱은 5분마다 한번씩 볶은 머리를 만지며 "선생님, 머리 감았어요?"라고 연신 물어보고.
아이들이 교사의 언행이나 복장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알고 있지만, 40분 수업을 만남에도 이렇게 관심을 갖다니 새삼 교사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하아!!! 정말 스트레스받아 쉬는 시간에 화장실 거울을 보며 다듬어봐도 조금 그렇긴 하다. 요리보고 조리 보니 ㅠ처진 쌍꺼풀, 미간의 한 줄 주름 찌익, 탄력 없는 볼살, 유독 늘어난 목주름, 대한민국 지도를 연상케 하는 기미......
아이의 말 한마디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긴 5학년 아이들의 눈썰미는 아무리 짙게 화장을 해도 감출 수없나 보다.
다이소에 들려 요즘 유행하다니 분홍, 노랑, 연두색 일자 핀을 사서 이리저리 꽂아봐도 별 볼일 없는 모습이다.
결국 미용실에 연락하니 볶을 때보다 풀 때가 더 돈이 든단다. 에잇 차라리 참자. 조금 있음 방학인데.
그렇게 b는 좋게 말하면 소신 있는 거짓말 하지 않는 아이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 없고 고집 센 아이다.
하지만 주 5일, 2시간 근무라도 매일이 즐거웠는데, 뽀골이 파마 때문에 방학이 끝나도 당분간은 눈치를 보고 다녀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