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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강사를 그만두고

by 블랙홀

1교시 40분 수업에 강사비 35.000원을 받고 1일 2시간, 주당 10시간의 수업을 하기로 계약을 썼다.


숫자상으로는 1일 2시간 * 5일 *4주 140만 원이 되지만 휴업일이거나 아이가 결석 또는 조퇴. 학교 행사 등으로 빠지게 되면 돌아오는 건 100만 원 남짓 할 뿐이다.


출근을 하고 나서야 결강을 알려오면 참 화가 났다. 그 한 시간을 위해 출근준비하고 시간 내서 운전을 하고 갔는데...... 돌아오는 길은 맘이 불편했다


더구나 행정실에선 외부 강사는 월 말 정산임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다음 달 10일경에 정산을 받았다. 담당자가 출장이면 중순에 받게 될 때도 있다.


학교는 내부 행정적인 것들은 행동이 빠르지만 외부 강사들에겐 한 없이 늘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급여를 떠나 매달 말 정산이라는데 그 마저 지켜지지 못할 때가 태반이었기 때문에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자기들 월급을 그렇게 늦게 준다면 아우성일 텐데... 강사는 당연하다는 듯하는 태도는 아쉽기만 했다.


하루 강의 시간은 적지만 매일 출근하고 움직이는 건 매 마찬가지인데 한 달 꼬박 해봐야 140만 원. 그나마 결강, 휴강으로 실제 110만 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또 한 시급강사는 수업시간에 늦는 만큼 강의료를 못 받으니 잊을만하면 과속으로 과태료를 내고 나면 맥이 빠지기도 했고, 차량 유지비와 출근으로 인한 매무새를 꾸미는 것도 수입에 비해 만만치 않았다.


넘 돈 타령 하는 거 아니냐고 타박하는 이도 있겠지만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방학이 되면서 휴업을 하게 되었으니 본의 아니게 백수가 되었다.

그때 지역교육청 단기보결 순회기간제 교사를 6차 채용공고를 낸 것을 보고 얼마나 응시자가 없거나 인기가 없음 6차까지 공고를 내나 싶었지만 시급강사보다 낫겠다는 생각에서 이력서를 넣었더니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기간제를 5~6년 했지만 한 번도 실제 수업시연하는 걸 못 봤는데...... 이번엔 3명의 장학사 앞에서 '가족'을 주제로 연극수업시연을 하란다.


20년 전, 수업연구대회에서 1등급을 받은 전력이 있어서인지 본능적인 수업자세가 나온 덕분에 그 자리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방학이 끝나면 다시 만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아이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기왕 활동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물딱, 축구선수, 얌전이, 분노조절, 고집불통 등 그 짧은 시간에도 철이 들었고, 방학이 끝나면 훌쩍 커졌을 텐데.,. ,,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장삿군은 아니지만 페스탈로치도 더더욱 아니라고 말한다면 속물일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솔직한 걸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뿐.


교육 현장에서 강사들의 불분명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면 계속 있었을 텐데 학교행사 또는 학교사정에 따라 주당 10시간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방향을 트는데 한몫을 치지 했다.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다.


그렇게 8월부터 지역 교육청소속 단기보결 순회교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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