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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블랙홀
Aug 15. 2024
내 눈엔 조인 0 (2)
내가 d를 좋아하는 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외모이다.
시골아이답지 않게 세련되고 다부진...... 그대로 자란다면 지역에서 큰 인물이 나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오래된 시골학교를 다니다 보면 유달리 땅의 기나 산세가 좋아 특출 난 인물이 나오곤 하는 것을 봐 왔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마을은 적지만 지세가 좋아서인지 걸쭉한 인물들이 나온다고 했다.
평생교육원에서 풍수지리를 쪼금 배운 내가 봐도 정남향 학교 뒤 야산은 악어가 물에 뜬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반은 뜨고 반은 감고 있는 악어의 눈까지 똑같았다.
그 학교에 처음 갈 때도 ㅇㅇ여사
손녀
딸
'검사'
합격이란 플래카드가 동네 한 복판에 걸려있었다.
두
번째는
~다. 나. 까 로 끝
맺
음을 하는
게 듣기 좋았고
,
바르게 자란 거 같아 볼 때마다 흐뭇해진다.
요즘 같은 때 교사를 존중해 주는 느낌까지 들어 대화를 할 때마다 기분도 좋았다.
그래서 처음엔 아버지가 군인인 줄 알았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하니
스스로 그렇게 대답하는 게 편해서 그렇다니 유별난 얘는 틀림없었다.
세 번 째는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다.
2학년 아이들은 그들의 수준을 벗어난 용어
는
알아듣지 못
했
고, 5학년은 알아듣기는 하나 대화가 통
하
지
않
았
는데
,
3학년은 주제에 대한 얘기를 소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
수업 중
물끄
러미 바라보더니(이 녀석이 뭔 얘기를 하려고?~~~~)
"선생님
몇 살이에요?"
" 그런 건 왜
~~~
?
"
내가 할머니로 보여서 그런가?
속이 뜨끔했다.
머뭇거리며 말을 못 하고 있는데
" 우리 담임샘보다 어려요?"
뭐라 뭐라 뭐라~~~ㅋ
"
니네 샘보다는 쪼끔 아주 쪼끔 많아~~~" 아이는 내 사기에 넘어갔다.ㅎ
그날 수업은 3학년 교실에서
하고 있었는
데,
둘의 대화를 듣던 담임 선생님이 깔깔대고 웃는다.
사실 3학년 담임선생님은 올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여선생님이다.
그런데 나와 동급으로 본다니
,
ㅎ 하긴
커
버
화장을
그
렇게 했는데 헷갈릴 수도 있어.
가끔
은 선물이라며 쓰던 연필을 주기도 하고, 알사탕을 손에 쥐어주기도 하는
다정함
도 있다.
왜 주냐고 물으니 그냥 기분이 좋아서란다.
난생처음
하얀색 바지를 라벨 떼고 첨 입고 간 날
,
갑자기 "샘. 바지에 빨간 거 묻었어요"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엉? 아까만 해도 깨끗했는데...... 그렇잖아도 흰색이라 조심조심했는데...... 갱년기도 지났는데...... 엉덩이도 아닌 무릎에 발간 점이 콕 찍혀 있다니......
알고 보니
모기 물린
정강
이를
박박 긁은 d의 피딱지가 내 무릎에 닿은 것이었다. 이런 새로 산 꼬까인데 " 물어내~~ 물어내~~"
아휴 이 나이에 빵꾸똥꾸 흉내를 내다니...... 정신 차려라
알면서도 딴청을 피우던 d는 멋쩍은 듯 씨익 웃더니 " 죄송해요. 화장실 가서 빨아요" 하면서 아끼던 악어 스티커를 건네준다.
이런 아이를 누가 좋아하지 않으리.
d의
집 cctv에 찍힌 왕거
미
를 보고 진짜 귀신이 있다고 믿
는
d에게 보여주려고. 우리 집 cctv에 찍힌 동영상을 올려본다.
개인전번을 알려
달라는 것은 오지랖인 거 같아
아이들의 전번을 모른다
.
할 수 없이
개학 후 만나면
보여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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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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