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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의 소소치 못한 하루
자살 귀 (2)
by
블랙홀
Ap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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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불의의 사고로, 병사로 사망하는 이들이 있지만 자살 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러데 공교롭게도 자살한 집은 2대까지 그런 집이 태반이다.
3대는 어리니 볼 수 없었지만 부ㆍ모 중 한 사람이 그리 떠나면 배우자 아닌 자식 중에 같은 길을 택한다고 했다.
마치 아버지가 외도하면 신기하게도 그 아들도 외도해서 가정을 깨는 것 저럼.
이장님은 그렇게 떠났어도 저택을 두고 소문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들은 읍장 작은아버지가 자리를 내줘 읍사무소에 취직했지만, 첫아들만 낳은 전업주부인 며느리는 집에 붙어있지 않고 종일 나갔다가 다 저녁때 남편이 올 때쯤 아기를 데리고 돌아오는 생활의 연속이라고 했다.
지금처럼 자가용이 많지 않던 때라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해야 했고, 아님 버스를 탈 수밖에 없으니 노출은 자주 사람들 눈에 띄었다.
그 때문에 부부가 싸우는 소리가 담장밖까지 들렸다느니, 아내가 친정으로 가버렸다느니, 심지어는 아내가 외간 남자와 바람이 났다는 얘기도 들렸다.
어쩌다 출ㆍ퇴근길에 마주치는 남편은 웃음이 사라졌고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치기 일쑤였다. 아내를 태우고 다니던 자전거 뒤는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마다 좌ㆍ우로 움직였다.
다음 해 4월쯤으로 기억한다. 건너편 산에 녹음이 점차 더 진해지기 시작
할
때였으니.
논에서 일하던 아저씨가 고함을 지르며 다급하게 동네 사람들을 불렀다.
사람들이 몰려갔을 때는 이장님 아들이 산자락끝에 있는 밭자락에 쓰러져 있었단
다.
입에 푸르 등등 한 거품을 물고 신발은 벗겨져 맨발
인
채 흰색 와이셔츠는 나뭇가지에
찢
겨져 듬성듬성 피가 묻어 속살이 보였다고 했다.ㆍㆍㆍ약을 먹었다고 했다. 농약인지 제초제인지는 모르겠지만ㆍㆍㆍ약을 먹은 건 확실하단다.
병원에 갔고 위세척을 했지만 고통스럽게 죽어갔다고 했다.
아들도 아버지처럼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얼마 안 가 그 집 며느리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떠나 그 집은 빈집이 되었다.
대신 읍내 사는 이장님 동생들이 한 번씩 살펴보고 간다고 했다.
부러움과 호기심으로 동경하던 이장님 댁은 조상의 저주가 내려졌다는 둥, 밤이면 귀신들이 모여든다는 둥 흉흉한 소문만 돌았다.
불 꺼진 캄캄한 그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애ㆍ어른 할 것없이 머리카락이 쭈삣거리고, 나무 그림자만 봐도 화들짝 놀라 도망치기 일쑤란다.
나도 그 집 앞으로 못 가고 좁은 논두렁길을 따라 빙~~ 돌아가곤 했다. 비바람이라도 몰아치거나 잔뜩 흐려 비라도 퍼부으려고 하면 오금이 저려 가지 못 했다.
논두렁에서 뱀을 만나는 것도 무서웠지만
귀신이 더 무서웠다.
덕분에 늦은 저녁때
이모 댁에
가는 일도 이종사촌이 놀러 오는 일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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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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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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