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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는 세상

by 블랙홀

카톡 프로필을 보면 열심히 살아온 기억 속의 지인들은 여행지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데... 베짱이로 백수로 지낸 난 남들 쉴 때 이제야 일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일도 모자라 투잡을 뛰는 셈이고, 그것도 모자라 쓰리 잡을 하려 내일은 면접을 보러 간다.


여러 곳 넣어둔 이력서에서 딱 한군 데서 콜이 왔다.

다른 곳은 협업할 담당자가 내 경력이 많아 부담스럽다고 해서 떨어졌고, 다른 곳에선 스펙이 화려 해 모시기(?) 어렵다 하고, 또 다른 곳은 취지가 안 맞는다고 연락이 왔다.


사연들의 실상은 나이 때문인걸 뒤늦게 알고 페이는 적지만 혼자 하는 곳을 찾았더니 면접을 보러 오란다. 1차는 이력서, 2차 면접은 채용의 3배 수 면접이니 확정도 아니다. 확정되면 9개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자격증. 경력증명서. 개인정보동의. 신체검사. 결핵검사. 성범죄기록. 금고이상의 실형 등등


몇 년 전만 해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로 이력서만 넣으면 서로 와달라고 해서 골라 갔는데 이젠 설 자리가 없어져 슬프다. 그게 연령제한때문 임을 알기에 나이가 들었다는 현실이 더 슬프다.


어른들이 공부도 할 때가 있고, 일도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땐 몰랐는데 이제야 깨닫게 되니 내겐 살아간다는 게 시행착오투성이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오전 정규시간에 시작하는 일은 늦잠으로 피곤할 것 같아 오후 채용을 선택한 것이다.

9시부터 6시까지는 죽어도 못 할 것 같다. 그리 긴 시간을 해 본 경험도 많지 않고.

컴컴해지면 아예 문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겨울 6시 퇴근은 공포라서 아예 포기했다.


강사로 3시간만 해도 기본시급을 받는 이들의 종일 일하는 페이와 맞먹는 것이라고 자위를 하지만 말이다.


아쉬운 건 강사는 시간 수로 정산하니 휴ㆍ무일은 아예 무급이라 그 차이가 꽤 난다. 주책스럽게 나이 들어 젊은 애들 속에 가느냐 반문하겠지만 그 부분은 멘털이 강하다.


내가 익힌 경험은 현장에선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라 그 부분은 인정을 받을 수 있어 개의치 않고 하는 것이다. 앞으론 그 기회도 없어질 텐데 아낌없이 주고 가고 싶다.


에효~사실. 내 본직은 거금을 투자한 자영업이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손님이 없어 힘들고, 힘들면 스트레스로 우울증 걸릴까 콧바람이라도 쐐보려는 것이다.


더구나 자영업은 오후 4~5시가 되어야 슬슬 준비해서 새벽에 끝나는 일이니 낮 활동은 크게 지장을 줄 것 같지도 않고.

저녁장사라니 술집이나 야식당을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난 직접 면대면을 하지 않아 위험한 일은 아니다.


8년 전부터 부동산에 매도를 하려 했지만 코로나로 안되고, 코로나가 끝나니 경기가 안 좋아 매매가 안된단다.


욕심을 부리지 말았어야 하는데 비슷한 시기 함께 시작 한 사람들 중 한 명은 경매로 나가리 갔고, 한 명은 운 좋게 팔았는데 나만 맴맴거리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카톡프로필을 안 본다. 일할 때 일한 그들은 여유 있는데 반대로 살아 온 난 나이 들어 일을 한다니 이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했다.


암튼 내일 오후 2시 면접에 늦지 않으려면 오늘 모닝콜을 하고 자야겠다.


한국은행서 찍어내는 숱한 5만 원권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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