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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

by 블랙홀

명퇴라는 굴레는 질기기도 하다.

일 년부터 최단 시급까지 명퇴자는 3순위로 밀리니 씁쓸하기만 했다.

지원자 중 1.2순위가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밀린다는 얘기인데 현실적으론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서너 번 죄송문자를 받고(예의는 있네) 이 번엔 1차 합격을 받고 면접대비 공부도 하고 갔는데... 우왕 멀어도 넘 멀어 정확히 1시간을 남기고 출발했는데도 5분을 남기고 간신히 도착했다.


가장 남쪽에서 가장 북쪽이라지만 26km밖에 안 되는 것을 만만이 봤나 보다.

어린이 구역 30km, 십자 교차로는 신호 세 번을 받고, 제한속도 40, 50, 60 km, 6차선 도로임에도 70km가 최고였으니.

종일 근무도 아닌데 오ㆍ가는데 1시간이 훌쩍 넘으니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착해 보니 3일 근무에 면접 온 이가 6명이나 됐다. 이런~~

담당자가 아무리 초보라도 그렇지 하루 한 명 근무라면 많든 적든 출근부에 근무일지, 하다못해 페이계산까지 결제를 하려면 그만큼 층층시하에 관리도 어려울 텐데...


얘기를 들어보니 하루를 위해 편도 40km를 달려온 이도 있어 먹고사는 게 녹록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면허가 단종인 그들의 선택은 없었겠지만 종합인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나이라면 난 일 년을 치고 들어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느꼈다.


3번 내 번호가 불리고... 세 명의 면접관은 전문지식은 물어보지 않고 태도와 경험만 몇 가지 물어보는데 호의적이었다. 뭔가 촉이 좋았다.


혹시 놓친 지름길이 있을까 싶어 돌아올 때는 추천, 무료, 큰길, 거리 순을 비교해 봐도 도낀이 개낀이다. 통상 1km는 1분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한참 벗어난 셈이다.


작년 출근하다 100% 독박으로 앞차를 들이받은 이후론 20분 이내를 선호했었다. km와 시간은 반비례도 정비례도 아닌 지방 도로망은 제한 속도가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다.

마치 과속을 유도하고 벌금을 징수하려는 것처럼.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하루는 다른 이에게 남은 이틀은 내게 돌아왔단다.

한편으론 감사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출ㆍ퇴근이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이틀을 하겠다는데 담당자가 종합면허니 다 해보라고 부추겨 동일 기간 채용한다는 곳은 모두 포기했는데... 이래 저래 선뜻 대답이 안 떨어졌다.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오늘 모인 다른 사람의 기회도 뺏는 것 같고 다시 채용공고를 올리려면 담당자도 낭패를 볼 테고.


네비 시간과 길을 사진으로 전송하며 생각보다 거리가 넘 멀어 포기하겠다고 했다. 부대장에게도 출근 시간에 쫓겨 앞차를 박은 사정과 제한 속도로 왕복 1시간 반 가까이 걸리는 시간은 부담스럽다며 얘기를 하니 지리를 잘 아는 부대장은 충분히 이해한단다.

사진자료를 보내주고 윗 분에게도 직접 말하는 것은 몸에 밴 내 스타일이다.


그런데 왜 마음이 불편할까?

다시 일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보장 없는 면접을, 아니 면접기회조차 오지 않는 요즘 현실 때문인지.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며 다른 공고를 찾아봤다. 조건이 좋아도 거리와 시간을 재보다가 하루가 지났다. 다시 낭패보지 않기 위해.


씁쓸하다.

십억 중반을 투자해놓고 어느 날은 내 하루 알바비 정도 벌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내 한 달 치만큼 오르고. 이 속에서 투잡을 한다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널 뛰기는 계속되고, 이 상황에서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건 더 불안해 죽겠고, 어느 것이 현명한 건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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