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몇 안 되는 친구 중에..
나에겐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찡한 그런 친구가 하나 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마치 우리가 가장 찬란했던 시절 속으로 함께 들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다. 꿈이 많고 장난기가 많던 청소년 시절 캄캄한 독서실 앞에서 밀크커피 한잔에 거침없는 수다를 떨었던 우리... 뭐가 그리 웃겼는지 깔깔거리다가... 또 뜻대로 되지 않는 문제에 서로를 위로하던 그런 친구가 있다.
내게는 내 소녀시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절과 바람의 냄새만으로도 기억해 낼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들이 내 가슴을 꿈틀거리게 하는... 그런 모든 시간 속에 그 친구가 있다. 잘은 모르겠으나 아직도 내게는 너무나 아련하고 기억하고 싶은 우리 생에 있어 가장 밝았던 시절 속에 친구... 자다가도 문득 생각이 나고.. 그냥 길을 지나다 발림만 불어도..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커피자판기 앞을 지나칠 때도 내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늘 걱정으로.. 아린 마음으로 올라오는 친구가 있다.
각자의 생활 속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줄었고.. 나와는 다른 훨씬 멋진 세상에서 이름 석자 불리며 살고 있는 내 친구...
내가 누구의 엄마. 아내. 또 다른 호칭들을 당연하게 듣는 동안에 나는 참 몰랐었다. 그게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 아니란 걸 너를 다시 만나 알게 되었다. 우린 완전히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서로가 탐할 민한 것들은 아니나 서로 가보지 않은 길처럼.. 우린 그냥 지금 자리에 머물러 있다. 내 마음을 가끔 타고 올라와서 내게 눈물 짓게 만드는 친구.. 나는 그 친구의 이름만으로도 슬프고 그립다. 30년 전 그 깜깜한 독서실 앞 잘 웃고 거침이 없던 우리는 어딜 갔는지.. 살아온 세월들이 우리를 조금 위축되고 공허하게 만들었겠지만.. 나는 그 친구와 단 둘이 드문드문 내가 알던 일들이 아닌 그동안 있었던 모든 시간들에 다시 그 옛날 소녀들처럼
단순하게 말하고 웃고 울고 싶다.
<난 지난번 너를 만나 더 많이 꽉~안아주지 못해 오늘도 갑작스러운 네 생각에 맘이 아프다고.. 우리의 시간을 다 만들 수 있다면 너의 말에 더 맘을 열어 내 가슴속에 너의 시간들을 함께 꽉
채우겠노라고..> 말하고 싶다. 이 새벽 갑작스레
그 친구가 그립고 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