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잠깐의 순간에 그때의 나를 만난다.
아침 7시 카페 오픈을 위해 새벽에 집에서 나선다.
현관문을 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낮은 계단을 내려간다.
그리고 공동현관문이 열리고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진다.
시간은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그날로 나를 데려간다.
후끈거리던 열기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던 시절의 그때로...
공동현관문이 열리며 스쳐가는 바람이
나를 기억 속 어딘가로 이끌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섰고
가슴속에 괜한 뭉클함이 생겼다 사라졌다.
아주 잠시였지만 잠시 멈추고
다시 출근길 내내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감정은 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있었을까?
아주 더웠고 우리는 격정적인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손으로 그리고 종이로 부채질을 해대며
작은 차를 타고 알지도 못하는 길을
네비도 없이 이정표만 보고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더위 탓인지 우리가 타고 있던 차는
어딘지 모르는 그곳에서 연기가 폴폴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4명이었고 모두 차에서 내려서
아주 우스꽝스럽게도
부채로 차의 본넷에 부채질을 하고
물을 부으며 열기를 식혔다.
우리는 이글거리는 도로 갓길에 철퍼덕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누구도 심각하지 않았고 우린 그마저도
즐거웠고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연기 나는
고깃집 하나가 보였고
덥고 지친 우리는 암묵적 동의 하에 모두
그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미 차는 생각에서 사라졌다.
워낙 차가 오래되기도 했고 배도 고팠고
그냥 그러고 싶었다.
시원한 고깃집에서 우리는 아마 그날
가지고 있는 우리의 돈을 탈탈 털어서
고기를 아주 배불리 먹었던 것 같다.
너무 더웠던 그 후끈함에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누구도 불안하거나 초조하거나 어떤 일이
생긴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냥 웃었고 끊임없이 즐거웠다.
고기를 먹으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분홍빛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우리는 영원할 줄 알았다.
그때 그 젊음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그렇게 불타게 만들었을까.
땀을 뻘뻘 흘려도, 옷에서 쉰내가 날 정도로 뛰어다녀도, 발에 굳은살이 베일 정도로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열심히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나를,
그리고 우리의 시간을 갈아 넣은 그 시절은
나에겐 후끈한 바람결이 스쳐 지나갈 때
가끔 나를 그 시간으로 이동시키는 향기를 가졌다.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고 앞만 보며 달렸던 그때
내가 그 길을 영원히 그들과 함께 가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리라 생각했던 막연한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있을법한 그 아련한 시절...
그 몇 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고 바빴고
나의 한계를 시험에 들게 했던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져 다른 길을 가게 되었고
점점 소원해졌고 공통의 이야기가 없어지면서
연락도 뜸해지고
지금은 그들의 생사조차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 우리가 만들었던 그 당시
다음 카페를 들어가 본다.
수많은 프로젝트로 나누었던 글들과 의견들
그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리워하던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아직도 그 안에 있다.
우리는 어떤 일도 있지 않았지만
각자의 사정이 그렇게 모두를 꿈에서 나오게 만들었고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는 함께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좀 더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의 꿈 하나쯤은 있었을 테니까!!
그 꿈이 꿈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조금 빨리 알았고
세월이 많이 흘러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이
진짜 현실 가능해졌으나 우린 그 자리에 없었다.
타이밍이 그런 것일까?
우리가 시간을 많이 앞서갔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생각했었다.
언젠가 실현가능한 일도 세상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 때나 납득할 수 있구나!
나는 그때를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은 아주 가끔 어떤 순간 스치는 바람과 함께
지나가는 향기로 남아있는 그 뜨거웠던 여름,
몇 날며칠을 밤을 새우고 작업해도
서로 즐겁고 웃음이 터지던 그때.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이지만
살아오면서 내가 나의 한계에 맞설 때마다
나를 일으켜주고 내게 용기를 주던 것은
그때 그 열정적인 내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내 손을 계속 잡고 나를 이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주 가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안에 있는 아직 젊은 나의 영혼과 함께
내 진정한 실현가능한 자유와
나의 분홍빛 미래를 아직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이 들어 가지만
내 어리고 열정적인 영혼은
나이 들지 않고 계속 내 마음 한편에 있기를
그래서 내가 마음마저 늙어가려 할 때
내 손을 꽉 잡고 다시 그 시절의 뜨거웠던
나에게로 데려가 주기를 바라본다.
오늘도 나는 스쳐가는 바람결속에서
다시 그 뜨거웠던 여름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