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달콤함만 있다면.. (2022년 작성)

뜨겁고 달달한 인생

by 송설

오븐에 쿠키 반죽을 넣고 온도를 180도로 맞춘다.

5분쯤 지나면 오븐 틈 사이로 달콤한 쿠키향이

삐져나온다. 어찌 이 달달함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랴...

오늘도 쿠키를 굽는다.

오트밀 크렌베리.

피넛버터.

말차 화이트 초코 마카다미아

르뱅

더블초코

코코넛

인생이 쿠키와 같이 향기롭기만 하면 그 안에서

나오고 싶은 순간도 없을 테지만...

늘 그렇게 향기만 가지고 있는 삶은 어디에도 없으리라.

우린 늘 달달하고 싶은 인생을 산다.


- 인내심 -

쿠키를 오븐에서 꺼내면 바로 옮겨 담을 수 없다.

오븐에서 바로 나온 쿠키는 힘이 없다. 흐물흐물거리고 만지면 부서져 버리기 일쑤다.

나는 쿠키를 구우면서도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달달함을 위해서는 판에서 10분 정도 식힌 후 다시 조심스럽게 식힘망으로 옮겨 시원한 곳에 한참을 나둬야 한다. 뜨거운 쿠키판에 손을 가져가도 안되고 살짝 맛을 본다고 혀를 내밀면 바로 화상을 입게 된다.


요즘 내 인내심은 매 순간 늘고 있다. 한동안 손을 놓았던 쿠키를 굽는 일을 하면서 느는 것인지 한 살씩 먹으며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나의 딸아이를 보며 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중2가 된 이제 막 중간고사를 마치고 본인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딸에게 나는 한없이 관대하려 노력한다.

딸아이는 내 인내심을 한계를 없어지게 만든다.


지금만 그랬던 건 아니다. 생각해 보니 딸아이가 3살 무렵부터였나.. 왜 나는 그때부터 딸이 다 컸다고 생각했던 걸까, 뭘 안다고 고작 태어난 지 24개월이 막 지난 아이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참는 법을 가르치고 호통을 쳤던 것일까!! 지금생각하면 정말 꼬꼬마였는데.. 가끔 괜히 미안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땐 지금도 너무 부끄럽고 딸을 보고 있으면 짠한 생각이 든다. 고작 세 살 된 아이를 붙들고 넌 왜 엄마를 힘들게 하냐면서 엉엉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밑바닥을 본 그 순간부터 나의 인내심은 조금씩 늘어갔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참고 기다리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특히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작은 나의 딸아이에게는 더더욱 말을 아끼고 많이 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육아서적도 많이 읽었었다. 정말 책 제목에 엄마라고 쓰인 건 거의 다 읽었었다. 다 읽고 느낀 것 하나는 책에 나오는 아이들과 내 딸은 다른 아이라는 것 하나!! 그다음부턴 육아서적은 보지 않고 있다.

그냥 내 딸의 성향과 성격을 더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아주 작은 순간에도 우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람을 하나 키워내는 일도 그렇다. 쿠키 한 조각을 먹기 위해서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데 한 사람의 평생을 만들어 가는 시간에 인내심은 필수인 것 같다. 특히 부모의 인내심.!!

온전한 바른 정신을 가진 성인이 되기를 바라기에 나와 나의 짝꿍은 늘 기다리고 눈짓으로 모르는 척 넘어가고 참고를 반복한다. 우리의 그런 시간은 조금 쌉쌀하고 가끔 아주 찡하게 달콤하다. 가끔 서운하기도 하고 가끔 대견하기도 고맙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코큿찡하게 달콤하고 입천장에 닿는 쌉쌀한 시간이 훗날 딸아이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살다가 문득 돌아본 나의 중2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나쁜 일도 무서운 기억도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때 마냥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내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단 사실은 몰랐을 테니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내 기분만 생각했을 나이니까 말이다.


나중에 딸아이에게도 우리의 인내의 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그저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계속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지켜보고 먼저 이야기해주는 말에 귀 기울일 테니까 말이다.


기다림은 늘 달콤함을 가져다준다.

바삭하고 촉촉하게 완성된 쿠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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