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작고 귀엽고 그저 단단하고 싶다.(2025년)

오늘을 걱정하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사는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by 송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생각을 더듬어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밝은 척하며 모든 것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는 내 입으로 뱉은 말들을 집에 오는 내내 곱씹고 또 생각하고

상대의 감정에 대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찼던 그런 때가 있었다.


기분 나쁜 말들을 들었어도 아무렇지 않아 하며 그런가?라고 생각하며

나를 자책하던 그런 때가 있었었다. 분명히.


나는 뚱뚱했다. 지금도 날씬한 건 아니지만...

그래서였을까? 나는 남들보다 더 수용적이고 너그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늘 친구는 많았다. 내가 우스워 보여서는 아니었을 것을 안다.

그들 중의 상당수가 아직도 내 옆에 남아 있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생각도 딱히 어릴 땐 없었던 것 같다.

조금 크고 내가 남들 보기에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안

그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착해졌다. 그리고 늘 힘들었다.

하루하루 그들의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나는 더더더 착함모드를 발동했다.

그리고 착함은 언제나 통했다.


얼마 전 고등학교시절 내가 썼던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쭉 읽어볼 일이 있었었다.

그 안에 있는 나는 참 죽음을 자주 생각했던 아이였었나보다.

난 서른 살에 죽을 거란 말을 참 많이 썼었다.

몇 년 전 친구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애들이 "난 네가 무슨 심각한 병에 걸렸었는 줄 알았잖아 고등학생 때"라고 말했었는데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었다.


학창 시절 나는 왜 죽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을까?

외모 콤플렉스와 뚜렷하지 않은 나의 미래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원래도 말이 많은 아이는 아니었다. 혼자 공상하고 상상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계속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꿈이긴 하지만...


남들이 공부에 열중할 때 나는 책도 읽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지 않았던 시대라

나는 구체적으로 꿈을 꿀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에도 꿈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노력하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땐 그들이 왜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사회에 나오고 자연스럽에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그땐 나를 살짝 자책도 했었다.

부모님께 부끄러워서가 이유였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냥 공상가였다.

다른 세상에 한발 들여놓기가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나를 현실에 묶어놓고

머릿속으로만 온갖 자유를 가져다 붙이며 상상하고 생각하고 행복해하는 그런 공상가였다.

만약 내가 그때 낯설고 두려운 그 길로 한발 옮겼더라면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긴 하다.


나는 어느 순간 바뀌었다.

인간이라면 한 번쯤 가지게 되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소용돌이치던 어지럽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격정적이었고 저돌적이었고

나를 마구 볶아치던 그 시절이 있었다. 몇 번의 험난한 나만의 산을 넘은


지금의 나는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과거의 나를 돌아볼 시간도 있는 거겠지!!


나는 지금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매일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쿠키를 굽고 있다.

우리 가게를 다녀가는 단골들과 아주 작은 안부를 묻고

하루하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가장 재밌는 건 딸아이가 나에게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부럽다고 말하는 것이다.

엄마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서 좋겠다. 는 말을 듣고 보니 한편으로는 "네가 뭘 알겠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가 "엄마도 격정의 시대를 보내고 지금 찾은 평화로운 일상에 만족해"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냥 "고마워!!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는 참 좋네"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정말 온전히 나의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나의 삶에 대한 중간점검을 해볼까 한다.

작고 소소한 순간들을 글로 남기는 기쁨을 이제는 누려볼까 생각 중이다.

내 삶을 내가 천천히 돌아볼 여유가 생겼으니...

이제 불안한 내일을 살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니 고요한 오늘을 사는 나에게

내가 건네는 쉼표의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