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함께 사라진 나의 열정의 시간들 , 그리고 덤덤하고픈 지금.
9월이 사라졌다.
그녀가 없는 나의 쿠키가게는 늘 해왔던
추석답례품 주문을 받았고
지난 설보다 많아진 주문을 나 혼자 해내어야 하는
엄청난 숙제에 도달했다.
원래 나는 쿠키를 굽고
그녀는 포장과 택배 패킹을 담당했었다.
9월 첫 주 나는
올해는 추석 선물세트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기에...
그러나 9월 초 올해 설날에
주문했던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3일 후 45세트 가능한지 물어보시며
갑자기 시간도 주지 못하고 주문해서 죄송하다며
꼭 좀 부탁한다는 메시지...
거절할 수 없었다.
우리를 믿고 주문 주시는 손님을 어찌 거절하겠는가.
나는 시작했다.
그날로 밤 9시까지 쿠키를 굽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친김에 인스타에 주문불가를 쓰려했던 마음을 바꾸었다.
그냥 해보기로 했다.
포장하는 시간만 좀 넉넉하게 잡으면 이번 추석도
맛있고 이쁜 새로운 메뉴를 포함한 세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문은 어김없이 지난번처럼 들어왔고 단골이 조금 늘어
기업의 단체주문 외에도 동네 단골분들의 주문도 다 받아버렸다.
어차피 메뉴는 그리고 패키지는
머릿속에 있었기에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9월을 그렇게 사라졌다.
나는 새벽 5시에 출근
오후 6시~밤 9시 사이 퇴근하기를 3주
그렇게 추석 당일 직접배달까지
나는 로봇처럼 일했다.
마치 세상에 일이 쿠키를 굽고
쿠키를 포장하는 일밖에 없는 것처럼..
나는 맛있게 굽는 건 자신이 있었지만
보자기 포장은 영~ 소질이 없다.
sos 보자기 전문가 친구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그녀는 한걸음에 나를 도와주고자 달려왔고
그 많은 물량을 며칠 내내
이쁜 보자기 포장을 담당해 주었다.
내겐 마치 구세주와 같은 그녀가 어찌나 고맙고 대견하던지.
우리가 못할 건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20년 지기의 의리가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되었던 순간이 있었다.
우리가 할머니가 되어 함께 무엇을 해도 재밌겠다 싶었다.
보자기 전문가에 이어 나는 택배가 엄청난 어느 날 또 한 명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그녀 또한 달려와 도와주었다.
우리 셋은 말 한마디 없이
각자 맡은 일을 끝내주게 해내고 말았다.
너무 고마운 나의 사람들...
나의 9월은 이렇게 치열하게 지나갔다.
더웠는지 어쨌는지 알 수도 없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추석 전 모든 일을 완수했고
탈없이 그 많은 것을 다 제자리에 보냈으며
픽업도 차질 없이 잘 해냈다.
나와 나의 절친들의 힘이 들어간 9월
우린 열정적인 9월을 그렇게 보냈다.
추석 연휴를 내리 쉬었다.
당연히 9월을 모조리 열정으로 불태웠으니
연휴엔 몸살이 나를 덮쳐왔지만
나는 마치 나를 쉬게 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찾은 것처럼 행복했다.
10월 13일 드디어 고요하고 잔잔한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
나의 불타던 9월은 글 한 줄 쓸 시간 없이 지나버렸지만
10월은 다시 내게 담담한 여유를 주는 날들이 연속이다.
시원한 바람, 끝없이 내리던 비, 그리고 소중한 일상과 소중한 사람들...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한줄한줄 나를 쓰고 있다.
가을은 어떻게 지나갈지 이 짧은 시간을,
이 짧은 여유를 나는 무척이나 길~게 느끼고 만끽할 예정이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기에....
그녀가 없는 오늘도 나는 그녀의 몫도 함께
즐길 것이다. 그녀가 돌아올 그날까지 나는 이곳을
가장 덤덤하고 차분하고 작고 소중한 곳으로 유지시킬 예정이다.
나의 작은 맘을 다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