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두렵지 않은 나에게...

나의 꽉 찬 오늘이 내일을 응원하고 있다.

by 송설


표현할 수 없는 단어들로 복잡한 머릿속

결국 말로 해낼 수 없는 감정들

그리고 정리할 수 없는 수많은 문장들...

그 속에서 늘 어지럽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나의 모습

한 페이지로 혹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좋으련만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그래서 그냥 늘 "괜찮아"로 끝을 맺는 내가 있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연습하고

그 연습한 것을 나로 만들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보일 듯 말 듯 숨어

드러낼까 말까 한참을 생각하고

또 그 생각을 거두워 들이기도 한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좋지 않았음을

나의 한계를 느끼기 전까지는 몰랐었던 것 같다.

나의 모자람을 자랑하는 것처럼

수치스럽고 모멸감을 느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더 도전할걸 그랬다

나에게 탓을 돌리며 나를 작게 만들지 말고

배째라는 식의 강력한 정신을 들이밀고

어쩌라고를 시전 하며 나를 조금 더 봐줄걸 그랬다.

내게 쉼표를 찍고 삶의 방향을 돌렸어도

그땐 늦지 않았었을 것 같다.


수십 년 지난 지금 생각에 그런 것 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나에게 기회를 더 주지 않은 것

내가 나를 세상에서 보이지 않게 숨겨버린 것

나를 내가 더 사랑하지 않았던 것

그 사랑을 나를 위해 쓰지 않고

모두 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써버린 것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지만

나를 내어준 그 시간 속에 나는 없었던 것 같아

내게 미안하고 조금 서글프다.


몇 주 전 남편과 둘이 간 여행지에서 남편이

"저기 기억나지? 그때 우리 00이 5살 때 왔었잖아'

한참을 생각했었는데 그의 기억 속에 함께였던 우리는 나의 기억 속엔 없었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왔었나 보네..

내게는 낯선 그곳.. 처음 온 곳처럼 마냥 좋고

모든 것을 오롯이 내 영혼에 넣고 온 그날

집에 오는 길에 전화기의 사진첩을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찾을 수 있었던 사진 몇 장...

내 시선은 아이에게 있었고

내 손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이 날 흠뻑 젖어들었던 감정,

너무 아름다운 공간, 사진 속 같은 공간...

난 거기서도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를 나누어주고

그들이 느끼는 행복함에 그냥 함께 젖어만 있었나 보다.

내 기억 속에 그 장소가 없던 것은 ,

그 장소를 간 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이 간 여행에서 나를 위해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곳을 느끼고 나에게 그곳을 듬뿍 담을 수 있었던 것

그건 나를 위함이다.

내가 거기 있었기에, 내 시선이,

내가 좋아하는 경치와 그날의 분위기가

나에게 온전히 평온함을 가져다주었었다.


나는 그렇게 살았었나 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인 줄 알고 살았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로

그들의 웃음만이 내 사진첩 속에 있었다.


그렇게 행복했으면 됐다.

그게 행복이었을 땐 그 행복을 온전히 누렸었다.

그런 행복한 우리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나만을 위해 가고 있는 이 길이

그들에게도 행복이기를 바랄 수 있다.


내 맘이 행복을 더 이상 구걸하지 않게

나 스스로에게 많은 기회와 응원을 아끼지 않고 줄 것이다.


지금 나는 나만의 길을 사랑한다.

내가 흘러가고 있는 이 시간이 다소 이기적이고

나를 위하는 시간이 더 많을지라도

나이 들어가는 행복을 느끼기에 지금이 최적의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간이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속이 꽉 채워진 세월을 보내고 싶다.

알맹이가 단단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나이 든 사람으로 살고 싶다.


너그럽고 인자한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단단하고 평온한 나의 노년을 위해

오늘이 나에게 가장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내일이 두렵지 않은 나에게 계속 꽉 찬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