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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Feb 12. 2022

‘관계의 정의’에 관하여

애플 영화 ‘핀치’

영화 핀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상황에 직면한 ‘핀치’의 삶에 관해 얘기합니다.


간단한 시놉시스를 읊어보자면 지구는 플레어로 인한 오존층 파괴로 전 세계적 대공황이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약탈하거나 남을 헤치면서 살아나가는 암울한 미래에서 주인공 ‘핀치’의 시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세계적 대공황, 그로 인해 약탈을 일삼는 사람들.


극 중 핀치(톰 행크스)는 단순히 ‘생존’이 목표였으나 방사능에 노출되어 자신의 건강이 점차 악화함에 따라 자신이 죽고 난 후 거두었던 ‘굿이어(강아지)’의 걱정이 되기 시작해 AI 로봇(제프)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AI 로봇(제프)을 만들던 과정에서 쉘터로 다가오는 자연재해를 감지한 핀치는 더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음을 직감하고는 미처 완성하지 못한 AI 로봇(제프)과 반려견(굿이어), 그리고 심부름 로봇(듀이)을 데리고 사람이 드문 곳인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릿지로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쉘터'를 이동하기 위해 여정을 떠남 - 샌프란시스코

영화 초반에는 단순히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영화이며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한 영화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였지만 저의 판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산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여러 가지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설국열차’ , ‘캐스트 어웨이’ , ‘마션’ , ‘나는 전설이다’ 등등... 영화의 소재가 흡사하기 때문에 떠오른 영화들이지만 영화 ‘핀치’는 그 만의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영화가 다르듯이 앞서 말한 영화들처럼 영화 틈틈이 사건을 넣어 지루할 틈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구조와는 다르게 사건에 집중하기보단 인물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하도록 포커스를 맞춰나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결은 비슷하지만 다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톰 행크스는 ‘믿고 보는 대배우’라는 수식에 걸맞게 다른 배우 없이 대부분 혼자 영화를 이끌어가는데 마치 홍수에 빨려 들어가듯 몰입감이 어마어마했으며 ‘캐스트 어웨이’에서 봤던 것보다 더욱 디테일하며 감정선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핀치(톰 행크스)와 제프(AI 로봇)가 이끌어가는데 이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와 윌슨이 생각났다.


영화가 중반에 이르면서 단순히 강아지(굿이어)를 책임지기 위해 만든 AI 로봇(제프)을 단순히 도구로 사용할 목적이었으나 제프가 점차 ‘지식을 배운다’라는 개념을 넘어 마음을 가지게 된 부분은 영화의 시점이 ‘핀치-> 제프’로 전환되면서 영화를 적절하게 환기하는 대목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기계가 '꿈'을 꿀 수 있는지, 기계의 한계를 넘는 장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 (결말 스포 주의) -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구의 회복처럼 인류에게 긍정적인 미래(희망)를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지었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인간의 선택, 관계의 회복’을 중점으로 두지 않았을까 싶다.   

  

오존층 파괴로 인해 세상은 혼란스럽고 방사능 노출로 점차 죽어가는 주인공은 강아지와 함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거두었던 강아지(굿이어)의 미래를 걱정하여 쉘터를 버리고 떠나는 선택을 함으로써 강아지와 함께 죽는 선택이 아닌 자신이 ‘부재’하더라도 강아지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도전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마지막에는 고독한 죽음이 아닌 관계를 형성한 아버지로서 생을 마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핀치’에게만 집중된 영화가 아닌 영화 내에서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시점이 바뀌듯이, 아마 핀치에게 제프는 단순한 돌봄 로봇이 아닌 굿이어(강아지)와 함께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초반에 주인공이 왜 ‘관계’ 형성에 대해 그토록 어려워하는지

(강아지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려 했는지, 제프에게 ‘너의 할 일(강아지를 돌보는 일)’이나 잘하면 된다고

매정하게 굴었는지 등) 이해가 간다.  

- ‘굿이어’를 위해 제프를 만드는 대목은 영화 대사의 ‘네 번째 지침’에서 나온다. 위는 네 번째 지침 -


어떻게 보면 영화의 이것저것 괜찮은 부분을 잘 버무려 만든 양산형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본 이 영화는 이것저것 과하지 않게 잘 비벼져서 나온 ‘비빔밥’ 같은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상당히 뜻밖에 괜찮은 영화였고, 영화 내에서 표현되는 자연경관과 제프가

단순 로봇이 아닌 사람의 ‘마음’마저 배운다는 설정은 기존 영화들(바이센테니얼 맨, 에이 아이)과

흡사했지만 그에 비해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제프와 핀치의 관계에 대해 영화에선 주인공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기에 추억이 있는 그곳(샌프란시스코 골든브릿지)으로 목적지로 정하지 않았을까,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서 ‘핀치’는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이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프'를 기계가 아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장면


p.s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하기 쉬우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해야 기본적인 구색은 갖췄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할 말이 많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는 나름 기본적인 구색은 갖췄다고 생각한다.


제프가 기계로서 배운다는 개념을 넘어서 점차 인간을 닮아가는 장면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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