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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Dec 26. 2023

속초를 다녀온 후 느낀 점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최근 속초 사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겨울바다를 본다는 핑계로 속초로 아무 계획 없이 출발했다.


겨울의 속초는 생각 외로 따뜻했으나 관광지의 특색상 물가만은 그리 따뜻하지 못했다.

올봄 가볍게 여행했던 속초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건 계절뿐만 아니라 그간 상승한 물가 때문이었을까.


올 초 여행을 핑계로 4월 속초 여행을 떠났었다.

속초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속초 내의 온갖 맛집들을 다니자고 웅장한 계획을 세웠지만 말만 그랬을 뿐

실상 바다만 실컷 보고 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짧은 순간도 힐링이었다.


첫날은 배게, 이불도 없어 쭈그리고 잤었지만.. 집에서 언제나 느낄 수 있는 풍요로움을 느낄 수 없는

제한적인 공간이었지만 속초를 다녀와서 몇 번, 아니 가끔 그때가 힐링이었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관광지의 도시 특성상 평일의 그 고요함들조차,

서울과는 다르게 짧은 거리만 이동해도 무엇이든 살 수 있는 편리함 조차 없었지만

그런 불편함 조차 즐거웠고 좋았던 것 같다.

아마 그때는 부푼 마음이 그러한 단점을 잠깐이나마 못 보게 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시 방문한 속초는 반갑기도 했고 또 살짝 어색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얼굴은 여전히 반가웠고 멀리 왔다는 인사를 뒤로하며 맛집으로 데려간 지인.

막상 들어가 보니 서울의 강남과 같은 세련된 느낌의 이자카야, 그리고 강남에서 볼 수 있는 가격대...


관광지 특색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싼 가격에 당황을 금치 못하였다.

멀리 왔다고 이것저것 시켜주는 지인과는 다르게 내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물론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지인의 얼굴도 보고 또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갔기에,

좋은 기분으로 들어갔다가 먹고 나서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나 옮겼던 2차 또한 꽝이었고, 이래저래 돈은 돈대로 쓰고 만족감은 최하로 치닫았지만

초대한 지인의 마음을 알았기에 그저 그 순간만은 즐길 수밖에 없었다.



4월에 방문했을 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그전에 방문했을 때는 생활비를 아낀다고

알려진 맛집코스보단 숨겨진 코스들을 찾는 어찌 보면 관광도시로서의 매력을 찾는 것이 아닌

현지인 코스들을 찾느라 맛도, 가격도 만족스러운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찌 보면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마음가짐이 달랐기에 그리 느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국내 짧은 기간 안에 여행 가기에는 동해 쪽이나 서해 쪽인데 물가는 상승할수록 여행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고 지갑을 닫게 되는 현실이 참 아쉽습니다.


관광지들이 바가지 문화만 덜하다면 소비자들 또한 더 자주 가고 좋은 기억들이 쌓여

재방문이나 주변인들에게 여행코스로 추천하거나 선순환될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래저래 참으로 아쉬웠던 여행이었습니다.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어서 도리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 몽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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