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다. 긴 호흡으로 보는 영화나 책보다 짧고 강한 인상을 주는 숏폼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시대이다. 영상 플랫폼 이용자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기 위해 강렬한 제목을 선택하고, 그 제목에 이끌린 사람들은 기대했던 정보를 얻기 위해 영상을 시청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사와 블로그 글 등 우리 주변엔 늘 정보들이 가득하다. 우린 인터넷을 통해 한 번의 클릭 또는 AI와 상호작용하며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한편, 2010년대 들어서면서 여가시간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평생학습, 자기계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클래스 101, 독서 커뮤니티 클럽 트레바리 등 다양한 형태로 배움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났다. 이전엔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악기 교육도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코로나 펜데믹과 맞물려서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어린이들만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는 피아노를 배우고자 하는 성인 학습자들의 수강 문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문화센터나 복지관에도 바이올린, 피아노 클래스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성인 피아노 수강생들의 유형도 대학생부터 시니어, 어린 시절 꽤 오래 피아노를 배운 경험이 있는 성인부터 한 곡만이라도 멋지게 연주하고 싶은 성인까지, 매우 다양해졌다.
이런 변화들은 다양해진 플랫폼 때문만은 아니다. 조성진, 임윤찬 등 국제 콩쿨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연주자들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클래식 피아노 음악들이 이전보다 관심받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을 통해 예전보다 피아노 학습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하지만, 디지털 산업 시대 속에서 배움의 환경이 예전과 달라진만큼 성인 수강생들의 고충은 달라졌다.
피아노를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론은 끊임없이 연구되고 계발되어 왔지만, 내가 직접 악보를 보고, 소리를 듣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며 단 번에 되지 않는다. 피아노를 배우는 일은 음표와 계이름을 아는 것을 넘어서 건반의 메커니즘에 적용시키고,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손가락, 손목 등 신체의 움직임을 조정시키는 다각적인 활동이다. 마음은 여러 동영상에서 보고 들은 음악처럼 잘 연주하고 싶으나,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피아노를 배우는 일은 마치 언어를 습득하는 일과 같다. 새롭게 배우는 언어에 나를 계속 노출 시키면 익숙해지듯이 악보를 보는 일도,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도 계속 해야 익숙해지는 것이다. 더뎌보이지만, 계속해야 어느 순간 귀가 트이고, 입이 트이듯 손이 트이는 걸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특별히 지난 코로나의 영향과 영상 미디어의 발달로 많은 연주자들과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쉽게 영상 플랫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은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에서 더욱 많은 인내를 요구하기도 하고, 관심만 있다면 궁금한 점들을 더욱 쉽게 해결해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글은 작가 본인이 피아노를 취미로 배우는 성인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점들을 바탕으로 피아노 학습에 대한 공감과 격려, 조언을 나누고자 쓰여졌다. (사실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약간의 각색이 가미되어 있다.) 피아노를 배우는 성인들은 대부분 바쁜 일상에서 연습과 레슨시간을 위해 따로 시간을 떼어두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얼마 없는 시간을 내서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건 초급자나 중급자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나만의 취미를 갖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때론 실력이 잘 느는 것 같지 않아서, 때론 연습하는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워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답답해지는 건 배우는 수준과 상관없이 같다. 이 글들은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학습자에겐 격려를, 실력이 늘지 않는 학습자에겐 공감과 조언을 건네고자 한다.
나아가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일부분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피아노를 배우는 것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음악을 배우는 일은 몸과 마음으로 체득되어지는 것이기에 지식을 배우는 것과는 다르며, 오히려 귀와 마음을 열고 때로는 음악의 흐름에 나를 맡기며, 넓은 음악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가깝다. 피아노를 배우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느 배우의 수상소감 멘트처럼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