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친해지기까지

왜 실력은 한 번에 늘지 않을까?

by 김클랑


피아노를 포함한 악기를 배우는 활동이 뇌와 정신건강에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익하다고 해서 악기 배우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 뇌의 메커니즘은 오늘날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유튜브 숏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보상에 익숙해져 있기에 악기를 배우는 것은 때론 매우 버겁다.




피아노를 배울 때, 뇌와 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피아노를 배울 때 대개 악보 보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는 마치 어린이가 글을 배우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피아노를 연주할 땐 우선 악보 위에 있는 음과 음표를 읽고(시각) 그다음은 건반 위의 음을 누르고(촉각), 이에 맞춰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된다(청각). 우리는 연습할 곡의 선율을 여러 번 연주해 보고, 이 선율이 익숙해지면 어느덧 가끔 실수하는 음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연습하는 과정에선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피아노 학습은 겉으로 볼 땐 손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악보를 인지하고, 손과 연결된 팔과 어깨, 나아가 등 근육까지 사용하게 되는 인지 학습과 운동 학습이 결합된 학습이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더 나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전전두엽(PFC)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이는 감정 조절, 계획 및 주의 조절 능력 강화로 이어진다.

우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각과 청각, 촉각을 통합시키고, 양손을 협응 시키는 과정과 기술을 연마하게 된다. 하지만, 실력은 여러 번의 연습을 통해 배운 움직임이 뇌에서 재배열될 때에 비로소 향상되게 된다. 악보에 쓰인 개별적 정보들은 끊임없는 연습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 뇌에서 한 덩어리(Chuck)의 정보로 인식하게 되며, 몸으로 습득된다. 가끔은 ‘나름대로 연습을 한다고는 했는데, 과연 내 실력이 늘고 있는 것일까'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연습의 시간들을 견디는 동안 뇌에선 이미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반복적인 연습을 하다 보면, 새로운 언어가 어느 날 갑자기 트이듯, 연주도 갑자기 트이게 된다.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엔 언제나 이와 같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바라고 기대하던 완성 단계에 진입하고 나면 그때서야 기대감이 충족되면서 짜릿한 도파민을 맛보게 된다. 이때 느끼는 도파민은 앞서 악보를 보고 연습하면서 쌓인 ‘지연된 보상‘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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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연습’ 외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


우리가 평소에 듣게 되는 음악은 보통 여러 악기들의 소리가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음악들이다. 오케스트라든 팝이든, 그 안에는 다채로운 소리들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이를 피아노라는 악기 위에서 두 손으로 연주하기 위해 악보로 옮겨놓게 되면 멜로디와 리듬, 화성의 큰 뼈대만 남겨두고 생략하거나 간소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편곡된 음악들은 우리가 듣던 음악과는 어딘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귀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음악 때문에 우리가 연주할 수 있는 음악보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외국어를 알아듣는 것과 외국어로 말을 하는 게 다르듯이 우리가 들었던 대로 연주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런 점은 전공자에게도 적용된다.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수준은 언제나 높고, 우리가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은 늘 그 아래이다. 배움의 과정에선 이 괴리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피아노 소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저 몇 번이고 연습하고 반복해야만 실력이 는다. 내가 알고 있는 음악과 내가 연주하고 있는 음악의 차이, 이 괴리감을 받아 안은 채 피아노 앞에서 매일 연습의 시간을 쌓을 때 우리는 어느 순간 발전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연습하는 과정은 때로 견디고 버티는 시간에 가깝다.



시작(또는 재시작)을 위한 마인드셋


1. 틀려도 계속 도전하자.

우리는 이미 틀려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자꾸 다른 음을 누르는 스스로를 보다 보면 화가 부글부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는 틀려야만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매우 중요하지만, 크게 좌절하는 마음은 불필요하다. 레슨 시간 때도 마찬가지이다. 틀리는 이유에 대해서 선생님과 의논할 수 있지만, 낙담되는 마음까지 선생님이 회복시키기란 어렵다.


2. 어려운 점은 선생님과 의논하자.

선생님은 학생의 수준을 살펴보는 평가자이기 이전에, 안내자이며, 돕는 사람이다. 선생님은 좋은 소리를 내는 방법, 손목을 사용하는 요령, 효율적으로 연습하는 방법 등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점들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은 다 알 수 없다. 물론 선생님은 AI가 아니기에 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이 연주하는 자세와 손의 모양, 성격 등 AI가 알 수 없는 이면의 정보들을 더 많이 알고 있다. ‘내가 너무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지’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함에 자책하지 말고, 레슨을 자꾸 뒤로 미루지 마라. 어려움이 있는 그 자리에서 다시 선생님과 의논하고 방법을 찾아라. 좋은 선생님이라면, 무엇이든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실 것이다.


3. 걸음마 중임을 받아들이자.

이 이야기는 피아노를 생전 처음 배우려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에 피아노를 배운 기억이 없는 성인들 중 어떤 이들은 막상 레슨을 시작하게 되면 자신의 수준에 대해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들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어려울 줄은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더 많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며 다시 피아노 앞에 앉길 어려워한다.

피아노를 연주할 땐 평상시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손의 근육들을 사용하기에 낯선 감각들이 존재한다. 아직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아기들이 잘 걷지 못하는 것처럼 건반 위를 걸어야 할 손가락들도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에 적응할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건반이 컴퓨터 키보드처럼 조그만 움직임에도 가볍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에 처음엔 손가락을 세우는 것조차 버거울 수 있다. 조금은 느리고 기어가는 모습일지라도 계속 건반에서 걷기를 연습하자. 그러면 손에 있는 잔근육들이 조금씩 깨어나고 작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비교하는 마음은 버리자.

겉으로는 다 똑같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우린 제각각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아주 오랜 시간 피아노를 이미 배웠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생전 처음 치는 사람이 있다. 손이 아주 커서 어려운 화음도 척척 짚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손이 작아서 화음을 연주하는 건 버거운 사람이 있다. 일하는 시간이 유동적이라서 연습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쉬운 사람이 있는 반면, 일이 많아 짬을 내서 계획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른 출발점에 서있지만, 피아노를 잘 치고 싶어서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화려한 연습 소리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각자의 가는 길이 있듯이 우리는 각자 해야 할 연습을 하는 것일 뿐이다. 이때 비교하는 마음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유해한 마음이다. 오히려 오늘도 스스로의 연습소리를 마주하며 열심히 연습하는 이들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어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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