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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클랑 Apr 16. 2022

독일의 무직 슐레

독일 음악학원, 한국과 다른 점은? 

독일의 무직 슐레는 한국의 음악학원과 흡사하지만,

매우 다른 부분들도 많다. 

그만큼 장단점들도 있기 때문에 한번 정리해보았다. 



계약인 듯 계약 아닌 계약 관계. 


보통 독일의 학원들은 1년 단위로 계약 아닌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계약이라는 Vertra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등록이라는 Anmeldung을 쓴다) 

부모는 방학과 공휴일에 상관없이 한 달 수업료를 납부하고, 

선생님의 사정으로 병가를 내거나 취소되는 경우에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가르치는 수업 실연자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안정을 주는 한편, 

학습자 입장에서는 꾸준히 배울 수 있는 반강제성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이런 점은 매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수업을 그만두게 하고 싶다면, 3개월 전에 미리 예고를 해야 한다. 

그만두겠다 얘기하면 바로 당장 수업을 안 받을 순 있지만, 3개월의 수업료는 지불해야 한다. 

원장 선생님과 상의한 다음 레슨 선생님한테 통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레슨 선생님 입장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섭섭할 때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미우나 고우나 잘 헤어질 수밖에 없지만,

결국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비즈니스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론 마음이 찝찝하기도 했다. 


독일의 너무 많은 방학들


일 년을 묶어서 등록을 하기 때문에 반강제성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점이 아니면 아이들의 실력이 안 늘 거 같다. 

왜냐하면 독일은 방학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1년 학사 일정 중 방학은 크게 네 번 있다. 

크리스마스 방학, 부활절 방학, 여름방학, 가을방학. 그중에 여름방학은 보통 5-6주 정도 된다. 

그리고 가끔 통일 기념일, 노동절, 예수 승천일 등 법정 공휴일도 있다.

좀 진도 나간다 싶으면 방학이 찾아오니, 선생님 입장에선 아쉬울 따름이다. 

방학 동안 연습을 못 해서 (주로 휴가 다녀오느라) 

선생님 입장에서 방학 후 첫날은 손이 갈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일대일 수업 vs 일주일에 여러 번


독일에도 그룹 수업이 존재하긴 하지만, 피아노의 경우 대부분 일대일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30분이나 45분 수업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수업료는 물론 각각 다르게 책정된다.

한국은 대부분 매일 가는 학원들이 많고, 요즘엔 주 2-3회 수업이 많아지는 추세인 거 같다.

독일의 경우, 대부분 주 1회 수업이고 주어진 시간 동안 필요한 이론들도 레슨 선생님이 다룬다. 


악기교육은 기본적으로 꾸준한 연습을 요구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주 1회 수업을 받고 집에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이는 단점도 있겠지만, 집에서 꾸준한 연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된다. 

(그래서 필자는 자주 잔소리도 하고,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반면 한국의 아이들은 학원에서 선생님께 일대일로 레슨 받는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다른 친구들과 여러 특강 수업들과 함께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의 악기교육은 대부분 일대일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선생님이 아이들에 대해 더 세심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이 질문을 던지면 주어진 시간들 안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선생님과 아이들은 더 깊이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취도와 성향에 따라서 커리큘럼을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정리해보니, 독일의 다른 사교육도 무직 슐레와 비슷하고,

한국의 다른 사교육도 음악학원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교육 방향으로 무언가를 해볼 기회가 된다면,

양쪽의 장점들만을 잘 섞어서 학습자와 교수자 모두에게 유익한 수업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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