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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클랑 Apr 13. 2022

독일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이유

코로나 락다운 시기를 반추해보며 

처음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이게 유럽까지 올까 싶었는데,

2020년 2월 카니발 이후로 코로나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게 되었다.

 

때 마침, 일들을 정리하면서 

독일에 뮤직 슐레 (우리나라로 치자면, 음악학원)에서 피아노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자마자 락다운이 찾아왔다. 


락다운이 조금씩 풀리고 나서는 학원에 온라인 수업을 위한 세팅이 다 되었지만,

처음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했다. 

악기 교육을 온라인으로 한다니, 처음엔 상상할 수 없었지만, 

급하게 건반을 빌리며,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선 부모님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카메라를 적절하게 세팅해야 했고, 인터넷 환경도 체크가 필요했다. 

그 모든 것이 참 번거롭지만, 새로운 선생님과 새롭게 배우는 환경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듣다 보니, 숙제도 과중되고, 그래서 학업이 버거워져서 피아노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고학년의 경우가 특별히 더 그랬던 것 같다. 


선생님으로서는 악보를 잘 보는지, 핑거링(운지법)이 이상한 경우는 없는지,  체크하는 게 수업 내용의 대부분이었던 거 같다. 나도 락다운이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생계가 당장 급한 상황이었기에 학생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했기에 피드백들은 나에게 매우 중요했다. 

학부모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있었지만, 이민자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언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들도 많았다. 계속 상황에 따라 코로나 정책들이 복잡해지고, 변경되면서 번거로운 상황들이 많았지만, 2-3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도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포텐


처음 아이들이 학원에 오면 꼭 물어보는 게 있다. 

'피아노를 왜 배우려고 하니?'

학부모님에게 직접적인 이유를 듣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왜 배우게 하는지 알 것 같은 경우도 있었다. 

아이가 집중력이 필요하거나 관심을 보이거나. 

아이의 기질을 통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 

늦게 시작하는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다루는 이론들을 쉽게 습득하기 위해서라거나 악보 보는 방법을 익히기 위함 등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기도 하다. 

물론 이유가 없을 때도 있다. 

악기를 하나 배우게 하고 싶은데, 피아노가 가장 기본이니까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보통 부모님들이 진도나 학생의 실력에 대해서 욕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독일은 거의 일대일 수업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연주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연주회나 학예회나 대회에 나가는 것 밖에 없는데, 그런 기회가 제공되는 곳도 한정적이긴 하다. 


집에서 연습을 너무 안 해서 고민인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이 계속 피아노 수업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한다면, 그 아이들과는 꾸준히 연이 이어지는 것 같다. 

반대로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그만두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글에서 다루긴 하겠지만, 

학원 등록할 때, 1년을 기준으로 등록한다는 점도 

락다운 시기에도 꾸준히 악기를 배울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아이들을 보다 보면, 포텐이 터지는 시기, 갑자기 확 느는 시기가 온다. 

물론 그 시기는 아이들마다 다르다. 

여러 면에서 아이들을 꾸준히 지켜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역설적으로는 아이들이 계속 악기를 배우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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