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말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 있다는데, 난 아니다. 내가 필요해서 하는 말 아니면 모두 내가 상대를 위하여 배 힘을 끌어내어하는 말이다. 그러니 같은 말을 또 해야 하는 상황은 참 힘이 든다. 온 우주가 탄생시킨 식재료를 어렵사리 내 몸에 들이고 생산해 낸 소중한 에너지인데, 내 몸 하나 건사하는 데에도 모자라는 걸 말 에너지로 쓰는 중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말을 통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니 감사하게 기꺼이 말을 하는 것인데, 했던 말을 또 반복하는 행위는 기꺼이 하게 되지 않는다. 어린이나, 어르신들에게는 그런 반복 언어가 필요하기도 하니 조금많이 기꺼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되도록 안 하게 된다.
몇 년 전, 근 1년간은 크고작은 언론에서 기자나 PD들이 취재요청이 많았다.
그들이 원하는 내용은 대부분 비슷한 것이었다.
한동안은 그 내용에 다 응해주었고 몇 달 즈음 후에는 내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글로 써야 할 때도 예전에 썼던 내용을 또 쓰는 상황이 되풀이 되었다.
기자들이, 사실 인터뷰보다 그냥 자기들이 좀 찾아보는 것이 더 빠르고 비용도 절감될텐데, 그래도 자기들이 새로 인터뷰한 것이어야 한다는 등의 여러 이유로 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들을 보며,
사실 기본적인 것을 검색해보고 자신만의 테마로 인터뷰를 하면 더 좋은 기사가 나올 것이고 신문과 방송의 내용도 다채로워질텐데, 이렇게 복붙내용의 언론형태로 어떠한 발전이 있을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이제는 취재요청이 있어도 대략 거른다. 대부분 궁금한 것은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식적 질문지를 보내는 쪽에는 대략 보고는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이니 보시고 더 궁금한 내용으로 질문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아마도 이제는 더 새로운 기사가 안 나가는 것일 것이다.
똑같은 글 또 쓰기
나는 컴퓨터 타자기 두들기기나 스마트폰에 쓰는 행위에서 눈 아프고 목 아프고 한숨 퍽퍽 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소통해야 하니까 기꺼이, 나아가 감사히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직접 만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서 이렇게 빠르고 쉽게 소통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필요한 글 한 번 써 보냈는데 또 써달라고 하면 참 힘 빠진다. 답답하고 배나 머리가 아프기까지 하다.
카톡으로 의사소통 해야 할 때가 많다. 이 경우, 예전에 올린 내용을 또 물어보는 이들이 꽤나 있다. 심지어는 얼마 전에 올린 모임장소나 날짜시간도 당일에 다시 물어본다. 조금 위로 올려 찾아보는 수고를 싫다고 안 한다. 혹은 언제 그런 거 얘기한 적 있느냐고 몰랐다고 하는 사람도 꽤나 있다. 카톡에 다 써놨는데도.
어떤 이들은 카톡 대화 저 위에 있는 건 사람들이 잘 안 보니 물어보면 다시 얘기해줘야 하는 것일까.
썼는데 못 봤다고 하고 말했는데 못 들었다고 하면 어떻게 의사소통하자는 얘긴가. 마치 계속 반복적으로 얘기해서 암기시켜야 하는 단계의 어린이로, 혹은 기억력 나빠지고 있으니 반복적으로 얘기해 달라고 하는 90살 어르신으로 대우해 달라는 것 같으니
이런 관계는 정말 별로다.
어떤 사람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올려놓은 내용을 또 올리라는 요청은 상대의 시간과 수고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한데 타인의 시간을 그렇게 마구 써도 되는건가. 위에 있는 내용 올려보는 것을 못한다는 변명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살아가는 것의 다른 표현은 죽음을 향해 가는 것
즉, 타인의 시간을 쓰는 것은 그 사람이 죽음으로 가는 시간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매우 소중하고, 특히 타인의 시간과 수고를 항상 깊이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기억이 안 나서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 번 보고 들은 것은 기억하는 습관, 기억이 안 나면 다른 데에서 찾아보던가 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알아내는 노력...
특히나 내가 반복을 지양하는 이유는 항상 새로운 것에 시간과 머리를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없이 단순반복을 하면 대부분 내가 지금 내 육체를 어디에 팔고 있는 기분이다.
나의 발전을 위한 반복훈련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계의 대용품으로서의 반복은 지양한다.
다행히도 이제는 AI가 그걸 해 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 더더욱 그런건 내가 안 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