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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너와 우리
음식은, 온몸으로 먹는거야
입으로만 먹는 음식은 살만 쪄.
by
클라 Klarblau
Jan 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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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단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먼저 보고 먹는다는 말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 같다.
사실 그 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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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으로 먹는다: 음료수 목 넘김의 느낌도 있어서 목으로도 먹는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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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먹는다: 냄새로도 먼저 음식을 느낀다고 하니 코로도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음식을 또
손으로도 먹는다!
음식을 식기- 포크, 숟가락, 젓가락-사용 않고
손으로 조각내거나 껍질을 까면서 먹을 경우,
그 손동작에 의해 먹는 행위가 생김으로서 입에 넣는 양도 모양도 달라지고
손과 팔의 움직임과 함께 먹게 되면서
체감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과일 먹을 때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먹을 때 손을 움직이며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가 까 놓은 것을 그냥 집어먹기만 하는 것보다 내 손으로 까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 까 놓은 것을 먹기만 하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아서 많이 먹게 된다.
귤
밤
감
그래서
모여서 과일 같이 먹을 때에도, 과일 깎기를 자처한다.
뭔가 손이 움직이면서 그 먹는 맛도 재미도 배가 된다는 것, 그건 나만 그럴까?
어떤 사람은 과일을 먹더라도
부엌에서 껍질 손질 다 해서
사과도 껍질 까고 씨 부분 도려내서
거실에서는 포크로만 집어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데
난 손으로
꼬물짝 거리며 내 입에 들어갈 양만큼 조절하여 입에 넣는 행위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과자 소분포장 까는 건 안 좋아한다. 아마도 그 느낌이 별로여서일 것 같다.
과자는 대용량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왜일까.
과자 봉지는 매번 똑같아서일 것 같다. 과일은 각각 모양들이 달라서 그 만지는 재미가 있고, 이건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까야할까 궁리하면서 까는 재미가 있다면, 과자봉지는 획일적이다.
홍시철,
홍시는 정말 누가 껍질 까서 속만 파 내어 주지 않는 이상
내 손에 다 묻혀가면 먹어야 하는 과일이다.
그러면서 감의 각각의 느낌도 알아차려본다.
손으로 노는 시간
먹으면서 배만 채우고 맛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먹을 것에 대한 기대와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음식을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도시민들은
식재료를 재배해 본 경험이 없어서
기르면서 먹고 살아왔던 어르신들과 그 음식에 대한 의미와 나아가 맛도 다를 것이다.
쌀을 쌀알만 봐 왔지
그 잎과 뿌리, 그리고 벌레와 함께 자라나 한 알이 생기는 것을 손과 발과 온몸으로 만져가며 체화해 온 분들은
밥을 먹을 때 머리에 그것이 다 함께 생각하며 먹을 것이고 뇌에서 작용하는 것이 다를 것 같다.
이에 음식은
온몸으로 먹는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과 발까지 다 움직여 내 입까지 넣은 음식은 완벽하게 나에게 완벽한 피와 살이 된다.
정신과 함께 할 때에 물질의 활동은 더욱 효과가 있다.
입만 움직여 투입되는 식재료는 그저 물질의 이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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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음식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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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이 많이는 없지만 세상 어디엔가 곳곳에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나 같이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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