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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너가 끝내!

조금은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 삶을 꾸리는 훈련

by 클라 Klarblau

지구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가 만들어서 사용한다.

주변에 있는 것을 활용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만든다. 혹은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쓰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동물의 경우 남이 갖다 놓은 걸 훔쳐(?) 먹는다던지... 그런 것 말이다.


인간도 그러는데

분업이라는 시스템이 생긴 후 자기가 안 하거나 못 하는 것을 남이 잘하거나 해 놓은 것과 바꾸어 가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전하여 오늘날에는 내가 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구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 평생 먹거리 하나 기를 줄 몰라도 먹을 수 있고,

음식뿐 아니라 옷이나 집 등 싦의 가장 기본적 도구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나아가 남이 만들어준 것들 조차도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고

그것이 고장나면 고칠 줄도 몰라도 살다가 죽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니

기본적으로 생명체가 해야 할 방법대로 살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병이 나는 것 아닐까.


부지런히 움직여서 먹을 것을 구하고 옷과 집을 만들어 몸을 보호하는 활동을 안 하니

몸이 병나고, 이에 따른 정신이 병나고 그런 것 아닌가.



도시민으로서, 모든 내 필요물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간단한 것 정도는 자기가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만들기를 좋아해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정말 아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난 어려서도 내가 음식 해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식재료 구하는 방법도 관심을 가졌다. 도시민으로서, 농산물이나 산과 바다의 생물을 접하기는 어려웠고 슈퍼에서 식재료를 골라야 했기 때문에

내게 먹거리 구분법 훈련은 식품 성분표시와 가공법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음식뿐 아니라 간단 필요한 것 만들기를 위한 원재료에 대한 정보와 가공법도 필요했는데,

어렸을 때 동네는 아파트단지였어서 나무나 철, 유리 등의 재료를 만드는 환경을 쉽게 접하기 어려웠고,

종이류나 비닐류가 자연스러운 공작재료였다.

그래서 가위질 풀질하는 것들 정도로 만들기 가능한 것들은 익혔던 것 같다.



그렇게 살다 보니, 세상에 남들은 그런 걸 안 만들고 돈 주고 사는 것을 수없이 접하면서


10대 20대 때에는 그냥 크게 인식하지 않았는데,

점점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고 버리는 삶을 보고

그것보다 직접 만드는 즐거움이 훨씬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뭔가 만드는 방법 알려주는 워크숍이나 클래스를 진행하기는 하지만


물건을 만들면

완성품을 만들기보다는 기본만 만들기로 했다.


나머지는 본인이 만들어 갈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사실

재료만 주고 다 만들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익숙하지 않다면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처음 기본적인 것은 만들어놓되, 끝 마무리만 해도 되는 그런 방식으로 물건을 만든다.


어찌보면 반제품.

어떤 표현으로는 커스터마이징을 하라는 것이다.


자기가 조금이라도 만들면, 그 물건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된다. -> 조금이라도 덜 버리게 된다.


장식을 조금만 더 하면 예쁠것들, 더 상품성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최대한 심플하게 하여, 나머지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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