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괜찮은 나.
굳이 유명해지고 싶지도, 사진 찍히고 싶지도 않은 나.
무언가를 SNS에 올리고,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기록을 남기고...
그런 게 참 피곤한 나.
그럼에도 내가 지금 글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고 하는 이유는
나도
어렸을 적, 혹은 내가 힘들 때에
이렇게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이유 없이 도움을 받았고 힘을 받았고
지구 저편에서 그들이 올려놓은 자료와 의견을 인터넷을 통하여 접하였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
적어도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이름도 모르는 어떤 이들에게 이유 없이 도움을 주고 힘을 주고자 하고
지구 저편에서 내가 올려놓은 자료와 의견을 인터넷을 통하여 누군가가 접하기를 원하고
그렇게 해서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더 생긴다면
그렇게 된다면 그럼 내가 받은 그 수많은 도움들을 갚게 된 것일 것이다.
나는 정말 그가 누군지 모르더라도 좋다. 그들이 그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듯이.
그래서 혹시 나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나에게 갚지 못해서 미안해하기보다, 다른 누군가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바로 옆사람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 그 사람이 바로 나일 테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이 세상에 여기까지 있게 해 준 사람이고 그동안 어떠한 도움을 준 사람인데 지금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테니까.
눈에 보이는 지구 자원만 순환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도 돌고 돌아 결국 섞이면 플러스마이너스되고 0이 되는 것 같다. 준 것도 받는 것도 결국 저절로 어떻게든 준 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글을 써서 익명의 그 누구, 당신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내가 수많은 이들에게 익명의 그 누구였듯이.
왜 브런치인가
내 이야기를 전하고자만 하는 것 외에도, 상대의 의견을 듣고 싶은 욕구도 있다. 그래서 사실 내게 공방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으니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이야기를 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과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살롱이라는 공간 - 유럽에서 철학과 문학 사상가들의 토론의 장이었다고 하는, 한국에서는 어찌어찌 룸살롱이나 술집의 이미지가 있지만 -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이 되기에는 시일이 꽤나 걸릴 것 같고 우선 내 생각부터 정리를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내 생각을 쓰는 공간으로, 그동안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써 보았다.
그런데 뭔가...
블로그는 내 기록용으로 일기장으로 어째 쓰다가 언젠가부터 인스타와 중복이 되는듯하게 되면서 인스타에 주로 쓰게 되다가, 인스타는 사진 수정도 안되고 에러도 많아서 업로드에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리기도 하다. 다시 블로그로 돌아가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일기장을 뉴스레터 식으로 발행할 생각도 했는데 이는 정말 독자와의 1:1 소통이 더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생각해 본 것이었다. 그래서 stibee 사용을 좀 생각해 보았다.
유료구독! 구독자가 적더라도 뭔가 구독에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전달하여 내 글이 가치가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클라의 일기장을 아무나 볼 수 있다면 그건 일기장이 아니지 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독자와의 피드백이 더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사실 그동안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면서, 내 글을 보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무언가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을 항상 느꼈던 것이다. 대상 없이 그저 퍼뜨리는, 내가 스팸메일이고 선전지가 되는 것 같은, 0.001%의 가능성만이라도 그걸 바라보고 양으로 승부하는 마케팅 도구를 만드는 것 같은 그 허무함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몇 주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SNS를 하기 시작했던 때에 무슨 생각으로 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나도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어려서부터 인터넷으로 온라인으로 내가 그 익명의 일원으로서 무료로 정보와 지식을 얻었고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정말 좋은 정보도 생각도 그렇게 힘들게 올려놓아 주신 수많은 선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었고, 최근 몇 주간동안에도 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접했고 사유하고 있다. 그분들도 그렇게 하는데. 감히 내가 유료 뉴스레터를 생각하다니!
... 그래서 그냥 무료로 내 생각을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그러나 좀 더 나와 소통하고 싶다거나 나의 활동을 지지해주시고 싶다면 기꺼이 후원도 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유료/무료 구독 가능한 방법
2. 보는 이가 의견을 줄 수 있는 방법
3. 글과 함께 그림이나 사진을 알맞게 올릴 수 있는 방법.
1~2년 전 주위에서 브런치를 하도 권유해서 가입했다가 무언가 적어보았다가 이번에 보니 뭔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때 느끼지 못했는데, 작가들의 수준도 다양해지고 높아진 것 같았다. 읽을만한 글들이 꽤나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내가 그 수준이 아니었거나 내 맘이 아니었거나, 혹은 정말 브런치에 참여하는 작가님들이 다양하고 수준(감히 기준을 내 선에서 정해서 얘기한다면) 높아진 것이다.
그 몇 주 동안 나도 다른 작가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작가?
몇 년 전부터,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이들이 생겼다. 내가
"저는 만들기 하는 사람이지, 글은 정말 못 쓰는데요..."라고 했더니
창작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지칭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림, 만들기, 공예활동을 나의 생각을 담아 펼쳐내므로 나는 엄연히 창작가이긴 하다.
그런데 이것을 타인에게 표현하고 알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문자를 사용해야 했다. 문장력 없는 나는 쓰고 고치고를 몇 번이나 하고, 써서 올리고 거의 하루 정도는 계속 보며 내가 썼던 글을 퇴고하곤 하였다. 이러기를 몇 년 하고 나니 좀 속도가 붙었고,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의견도 조금씩은 받는다. 그게 그냥 해 주시는 말인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봐도 나의 문장 스타일이 있는 듯하기도 하고.
글을 쓰며 내 의견을 써 내려가며 여러 면에서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그리고 그렇게 SNS에서 나의 글을 읽고 좋아해 주는, 소위 인친과 블로그 이웃도 생기고 오프라인에서 우연히라도 만나며 반가워하기도 하면서, 글로도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봐도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은 카툰이나 영화로 만들면 내용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은 20살 때부터도 해 왔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선 만화나 영상으로 만들기까지는 너무 상상이 안 가고, 글로 정리해보고 싶다.
적어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공감대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 있다고 손들어주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