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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 Klarblau Feb 06. 2024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클라블라우 Klarblau !

클라 Klar : 이름

"저를 '클라'라고 불러주세요."


내 소개를 할 때에 지현이라는 본명보다는 

작가명이자 활동명이랄까, 1인기업명 '클라블라우'의 앞부분 클라  불러달라고 말한다. 


우선 지현이라는 이름은 너무 흔해서, 어렸을 때부터도 누가 "지현아!"라고 뒤에서 부르면 한 번에 뒤 안 돌아봤다. 돌아보면 그 지현이는 딴 지현이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는 친구들도 많이들 나에게 별명을 붙여주곤 그렇게 불렀다. 


"음? 클라가 무슨 뜻이에요?"

clear의 독일어...?



클라블라우 Klarblau  -1인 기업명, 브랜드네임  

clear blue의 독일어.  

탁 트인 맑은 깨끗한 느낌의 파아란 색감을 표현하는 단어들의 조합.

물, 공기를 색깔로 나타낼 때에 쓰는 색인 파랑 계열 (투명색은 칠할 수 없으므로).


좋아하는 색깔에 대해 물으면 한 마디로 답하기 힘들다. 딱 빨강, 노랑 이런 식이 아니라, 어떠한 류의 분위기의 어쩌고 저쩌고~~~ 그게 딱 색상표에서 그 색 말고 그보다 더 쨍하고 그런~~~ 어떤 느낌의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사실 그 질문을 하는 이들은 그저 단답식으로 대답해 주길 원하겠지만. 그렇게 딱 이거라고 말해버리기엔 내 생각을 어디에 가둬 버린 것 같아서 나에게 미안하고, 그냥 한 단어로 말해버리고 나면 계속 뭔가 답답하다...


어려서부터 맑은 물, 푸르른 하늘, 깊은 바다 그런 빛깔을 좋아했다. (물, 공기를 좋아한 게 아니라 그런 색을 좋아한 것임)

탁 트인 바다색을 나는 청록색이나 터키색이라고 찾아 표현했었다.

깨끗한 시냇물은 투명색이었고, 

청명한 하늘은 하늘색,

별빛을 감싸는 깊은 밤하늘색은 그땐 남색이나 군청색이라고 표현했었다. 

언젠가 한국의 염료로 쪽빛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쪽빛이라는 단어가 문자적으로 예뻐서 종종 사용하곤 했다. 


왠지 이런 색들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

그래서 파랑이라고 단정 지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이래저래 그래서 파아란 색 계열 중 맑은 종류 모든 것이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물론 로고 색은 골라골라 색상번호를 정해놓긴 했지만. 


특히 물과 공기는 

늘 우리 곁에 있어서 평소에는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 아닌가!


디자인, 특히 제품디자인 방향의 학업을 하면서 

내가 디자인한 물건이 특별한 존재가 되기보다는 그렇게 우리 일상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하지만 없으면 매우 불편한 물건이 되길 바랐는데


내가 이런 깨끗한 물과 공기의 느낌을 좋아했던 이유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설마. ... 이기엔 너무 우연의 일치이고

마치 내가 내 생각을 끼워맞춘 것 같다. 



클라쓰 Klars - 공간명

아뜰리에가 생기면서 공간 이름을 만들었다. 

Klar +s 

클라의 복수형: 클라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

클라가 딱 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성향을 가진(혹은 이에 공감하는) 사람 모두를 지칭하고자 만든 단어이다. 


영어의 클래스(class)와 발음도 비슷해서 이중의미도 있다. 한국어로 쓰면 [클라스] 혹은 [클라쓰]라고도 쓰는데

1. 수업, 강좌: 수많은 수업 클래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니까. 

2. 유형, 부류, 계층:  공존공생을 바탕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맘 편히 찾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으니까.

그래서 


클라쓰!



그냥 사족


1.  K, ㅋ! : 좋아하는 소리

학교 다닐 때부터, 나는 취업보다는 프리랜서가 맞다는 것을 몇 번이나 확신하고 1인기업 및 작가명을 오랫동안 조금씩 오래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렇게 조용히 내가 끌리는 알파벳이나 소리, 문자를 찾아보면서

'ㅋ' 발음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뭔가 분명하고 확실하고 얼음(리스탈!)깨는 이미지 같은 맑고 단단하면서 투명(리어)하고...


그런 발음이, 알파벳으로는 K 또는 C인데, 뭔가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더 끌렸다.

우연이지만 내 이름 지현의  는 옆으로 돌리면 K이다....



2. 독일어

순수 우리말을 선호하는데, 브랜드네임으로 쪽빛, 물빛, 물색, 쪽색, 남색, 파랑 등등의 단어는 이미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나름 웹사이트주소를 고려하자니 알파벳으로 써야했는데 쓰면 외국인들이 읽기 쉽지도 않아보였고, 유럽의 각국들은 조금씩 자기나라식으로 읽으니 나라별로 발음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영어의 clear blue또한 이미 어느 회사가 있었고, 내가 독일에 살았던 좋은 기억을 어떻게든 녹여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비추고 싶기도 했다. 



3. 지현 -> 치얀-> Zyan- > cyan-> 파랑 : 내 이름이 내가 좋아하는 색

내 이름 지현을 독일인들은 대략 치얀이라고 발음했다. 

어느날 독일친구가, "치얀, 네 이름은 영어로 씨얀(cyan)이야. "라고 알려주었다. 영어 cyan이 독일어로 Zyan(발음하면 치얀!)이라는 것이다. 


인쇄업이나 디자인 관련자라면 아는 CMYK에서의 그 Cyan 색, Cyan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략 맑은 계열들도 있어서 맑은 파랑 설명에 부연설명을 해야할 때에 종종 Cyan같은 색이라고 예를 들곤 했는데

그니까, 결국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을 나는 독일어로 내 이름을 말하고 있던 것이다.

이래저래 어느날부터 독일에서 내 닉네임은 곧 시얀(Cyan)이 되었다...

결국 그런 파랑이 내 이름이라는 게 

억지라고 하기에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도...



4. 고딕체

내 뇌구조나 표현 성향은 매우 곡선적이고 휘날휘날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엽거나 삐뚤거나 형식 없어 보이거나 하는 폰트를 활용해야... 하겠지만


내버려두면 어디까지 날라갈지 모르므로, 순수 아티스트가 아닌 이상 나를 조금은 사회에 붙잡아둘 무언가를 그 땐 항상 곁에 두고자 했던 것이다.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지만. 

그리고 나의 그런 곡선적 성향은 독일에서 수년간 이래저래 절충되어 깎여 나름 직선적이 되어 있었고, 이를 반영하고 싶기도 했다. 

되었나...?

이 로고 아니었으면 지금쯤 나는 어떤 성향의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약간 cyan섞인 색. 좀 탁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색깔과 소리와 모양과 그 요소와 여러가지 것들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마치 의도하에 처음부터 그렇게 만든 것이냥 말이다. 



이게 나야. 이게 세상이야.


가끔은 이걸 보며, "이게 내가 좋아하는 세상이야, 이게 나야."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라기엔 거울을 보면 그 내가 내가 아니다만. 

내가 쓰는 물건이나 하는 행위가 그 내가 하려는 것에 완벽히 맞지도 않고 어떤 경우는 영 반대의 선택을 해 버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려서부터 향했던 그 세상에서 나는 살고 있다. 그러면 그 세상이 나와 우리 세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것을 표현하려고 계속 시도한다. 그런 의도의 작업을 하고, 설명을 하고, 부족하지만 최대한 행위를 하며 나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자신도 조금은 그런 사람이라고, 아니 적어도 그렇게 생각이라도 하고 있다고 서로 손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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