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홀로 떠난 쿠바 여행일기
언제쯤 나는 어른이 되고 계획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소위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무조건 하고 싶은 일은 앞 뒤 안 보고 저지르고 봤다. 그래도 그때는 어렸고 한국에 있었으니깐 뒷수습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어쩌다 또 그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꽤 늦은 나이에 캐나다로 오게 되었고, 낯선 외국에서 벌어진 뒷감당을 혼자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생의 무게를 느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나를 잠시 어른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믿었다.
어른이 되는 건 지금 원하는 것을 미루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서 가야 하는 건가?
유학생활이 시작되면서 나는 내 나이의 또래들보다 뒤처져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누구는 벌써 결혼해서 애가 둘이고 누구는 화려한 싱글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다시 시작이다. 내가 선택했기에 원망할 수 없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나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 책임을 진다는 것. 스스로 모든 걸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책임의 가중을 느끼면서 나 자신이 덜 피곤해 지기 위한 방법으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내 모토였던 후회 없는 삶을 실천하면서 나는 너무 많은 일들을 벌여 놓았고 아직까지도 수습 중이다. 이제는 덜 책임지기 위해서는 덜 선택하고 덜 시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조금씩 늘어나는 통장잔고를 보며 타지에서 힘들게 번 돈을 쓰느니 지루한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생은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아깝다.
일탈 없이 현실의 무게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버겁다.
언제 인생이라는 게 우리 계획대로만 되는가? 삶이라는 게 즐겁다가 힘들고 잘 가다가도 막히는데 내 인생은 지금 그 내리막 같은 기분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새로운 벽에 부딪친 지금 나는 새로운 전략을 짜고 전투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에너지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게 무기력인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보다 강했던 나인데 점점 현실과 타협하려면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의욕 없고 무기력한 모습이 된 나 자신이 싫었다. 욕심 많고 호기심 많았던 그때가 더 그립기까지 했다. 어쩌면 나는 그저 어린아이처럼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피터팬 증후군 환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떠나기로 했다.
원래 내 모습처럼
내일 없이 현재만 사는 사람처럼
쿠바로!
당장 3일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