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치앙마이여행_2022.12
내 인생 최악의 항공사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결제하고 며칠 뒤 검색하다 비엣젯이 연착이 심하다는 리뷰들을 그때서야 보게 되었다. 솔직히 저가항공 몇 번 타봤지만 한 번도 문제 있었던 적이 없어서 그냥 그려려니 했다. 그런데..
출국하는 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본 순간 아차 싶었다. 비행기 30분 연착 예정이라는 톡이 와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도착 예상시간에 경유할 때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했다. 구매처인 트립닷컴에 왜 지연되었는지 문의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알지 못한다.'였다. 호찌민에서 3시간 40분 경유였는데 3시간으로 줄어든 시간이 그래도 가능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엄청 두려웠다. 30분만 연착이면 괜찮은데.. 과연 30분만 일까? 나쁜 예감은 언제나 비켜가지 않는 게 인생인 것 같다. 호찌민에서 방콕편도 비엣젯항공이라 같이 발권받으면 큰 문제없겠다 생각했건만 태국비엣젯과 한국비엣젯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호찌민에서 다시 나갔다가 체크인후 수속해야 한다고 한다.(이게 자가환승이라는 걸 알았다.) 직원분이 현재 비행기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더 이상 연착될 것 같지 않으나 연착하게 되면 기내 직원에게 말하면 도와줄 테니 꼭 말하라고 신신당부해주셔서 마음에 한결 놓였다.
비행기에 탑승하고도 갈 생각을 안 한다. 1시간 뒤 출발.. 진짜 운 좋으면 경유 2시간은 확보할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망했다.'이 생각밖에 안 들었다. 기내 직원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내 e-ticket을 보여줬는데 같은 비엣젯이니깐 문제없다고 우리가 너를 서포트할 것이라고 말해주시니 마음이 든든했다. 일분일초가 귀중한 시간 어쩌면 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지 않을까 혼자만 발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기장님이 곧 착륙할 예정이라고 방송하고 비행기가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을도 보이고 그래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자마자 갑자기 급 상공. 다들 뭐지? 뭐지? 했는데 기장님이 착륙길을 잘못 들었다고 방송했다. 비행기가 가파르게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몇 번 하니 평소 멀미 이런 거 안 하는 나도 두통에 속도 슬슬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도 다들 멀미 난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진짜 괴로움이 절정에 닿을 때쯤 다행히 착륙 완료했다. 다들 기다림이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도착하자마자 요이땅 하듯 후다닥 내린다. 내리면서 아까 말했던 승무원에게 나 나가면 도와줄 사람 있는 거 맞냐고 재확인했는데 잊었는지 뭔 소리냐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때가 보딩 한 시간 전이라 나의 마음은 반은 포기 반은 그래도 내가 모르는 직원들만의 루트로 날 데려다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 직원은 그때서야 생각난 듯 같이 밖으로 나가더니 한 남자 직원에게 뭐라 설명하고 나를 맡기더니 이 남자 따라가면 갈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알고 보니 그분은 공항에서 교통정리 하시는 분이었고 그분도 길 가는 방향만 안내해주고 어디 가면 또 사람 있을 것이라고 나를 서로 토스 토스 토스.. 나도 가는 길은 아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비행기는 놓쳤다.
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보니 자가 환승이면 2시간도 부족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비엣젯 카운터로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걸어가면서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 보면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지만 베트남이 처음인지라 아는 것도 없고 하니 앞이 깜깜했다. 사실 이전에도 비행기를 놓친 경험은 몇 번 있었다. 더 최악이었던 상황도 있었는데 몇 번 경험해 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마음이 빨리 비워졌다. 스트레스받고 화내 받자 좋을 게 없으니 돈과 수고는 더 들겠지만 빨리 이 상황을 수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다행인 점은 호찌민에서 태국까지의 비행기 티켓 가격이 고가가 아니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으려고 했다.
(예전에 고가의 항공권을 날씨로 인한 연착으로 날린 적 있다. 천재지변은 보상 사유가 안된다.)
다행히 비엣젯 카운터가 오픈 중이었다.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금 방콕 갔어야 하는데 못 갔다고 하소연했더니 제일 빠른 태국행 비행기가 다음날 오전이라며 비행기티켓을 재발행해 주었다. 진짜 마음 같아서는 엄청 따지고 싶었으나 직원분이 무슨 죄인가 싶어 그냥 알겠다 하고 나왔다. 여기는 문제가 많은지 베트남 아저씨 소리 지르고 경찰 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방콕에 잡아놓은 숙소는 날리고 급하게 공항 근처 숙소를 잡았다. 내가 잡은 숙소 위치 물어보려고 공항근무하시는 분께 여쭤봤더니 여기 꽤 멀다고 가깝고 가성비 좋은 숙소를 소개해 주셔서 추천해 주신곳에서 1박 했다.
베트남 처음이에요
횡단보도가 없다. 아니 있어도 못 건너겠다. 공항 앞에 보이는 고층 건물들 쪽이라 대충 눈대중으로 질러서 가면 되겠다 싶어서 갔는데 넓은 차도로 들어섰다. 아무리 찾아도 횡단보도는 보이지 않았고 주차장 쪽으로 들어왔던 터라 일하시는 할어버지께 어디서 건너냐고 여쭸더니 내 캐리어를 뺏듯이 가져가시더니 말도 없이 앞장서신다. 혼자 여행하면 낯선 사람의 친절에 경계하는 스타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너무 빨리 들고 걸어가시는 데다 차 때문에 무서워서 후다닥 뒤따라 갔다. 도보가 맞는 듯 아닌듯한 풀이 무성한 도보를 꽤 오랫동안 짐을 들어주셔서 어쩔 줄 모르는 와중 'Thank you." 한마디 남기자마자 나에게 캐리어를 주시고 후다닥 일터로 뛰어 돌아가셨다.
친절한 베트남 사람들 덕분에
미웠던 마음 다 풀렸어요.
내가 베트남을 이렇게 올 줄이야.
숙소 체크인하고 대충 짐을 좀 정리하고 있는데 담배 냄새가 솔솔 났다. 카운터에 물어보니 베트남은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게 가능하여 실내에서 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담배냄새 너무 싫어해서 방 바꿔야 하나 했지만 하루만 참으면 되고 여기 문화가 그렇다는데 내가 참아야지 했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 근처 구글평점 높은 식당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굶어서 배가 엄청 고팠다. 배가 고프니 식탐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베스트 메뉴 두 가지를 시켰다. 앉아서 바깥뷰를 바라보는데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것도 황당하고 인생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 좋은 것도 잠시, 오토바이 클락션이 어찌나 심한지 소리에 민감한 나는 여기 오래 못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숙소 근처 동네 한 바퀴 돌아보니 예쁜 카페도 찾아놓고 숙소에 들어갔다.(결국 아침에 아무것도 못 먹었다.)
공항 가기 전 새벽 일찍 준비해서 동네 한 바퀴 걷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출국하는 게 목표였건만 저녁에 소음이 있었음에도 어찌나 푹 잤는지 예상시간보다 늦게 일어난 데다가 7kg밖에 안 되는 캐리어 정리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건지 참 미스터리하다.
인생 최대 고비를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공항까지 몇 분 안 걸리는 거리였는데 길을 건너야 하는 데가 너무 많았다. 다행히 오전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교통 정리 해주시는 분이 계셔 길을 잘 건널 수 있었는데 마지막 큰 도로변 횡단보도에서 극강의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중간까지 한산하길래 잽싸게 어찌어찌 잘 건너왔는데 신호가 어디서 바뀐 건지 저 멀리에서부터 오토바이 군단이 내쪽으로 거침없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 길 건널 때 멈추지 말고 계속 걸으면 오토바이 기사들이 알아서 계산해서 간다는데 멈추지 않고 건너는 거 지금 생각해도 자신이 없다. ) 사람이 중간에 있으면 비키던지 속도를 줄일 거라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진짜 중간에 낀 채로 어마무시한 숫자의 오토바이가 아슬아슬하게 내 앞뒤로 지나가는데 오토바이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딱 반만 건너면 되는데 도로는 또 어찌나 넓은지 도와달라는 불쌍한 표정으로 내쪽으로 오는 오토바이 기사들의 눈을 최대한 보면서 겨우 건넜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경험이었다.
출국 준비
사람이 많이 없음에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내 차례가 되고 방콕으로 간다고 하니 말로만 듣던 리턴티켓 확인 요청을 받았다. 직원말로는 티켓 없으면 나 태국 못 간다고 했다. 아고다에서 예약한 거 보여줬더니 항공편명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집요해서 좀 놀랐다. 본 계획은 편도 항공권만 들고 간 뒤 원하는 만큼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그 전날 인터넷 서칭을 하던 중 리턴티켓 없으면 태국 못 들어가는 경우 있다는 글을 봐서 저녁에 급하게 구매했다. 그 글을 못 봤다면 어땠을까 여행의 최악을 경험했을 것 같다.
기내 캐리어 무게 관련
1) 인천-호찌민행 비엣젯
기내용 캐리어 무게 확인하고 7.X kg은 그냥 봐주는 것 같았어요. 들고 있거나 메고 있는 가방은 무게 체크하시는 분 안 계셨고 캐리어 무게를 위해 가방 및 외투 주머니에 다 넣어 두세요. 어떤 한국인 분들 기내용 캐리어 무게 오버되었더니 들고 가는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넣으라고 직원분들이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2) 호찌민-방콕행 비엣젯
호찌민에서 기내용 캐리어 무게 철저히 검사하는 편이었는데 직원에 따라 다른 것 같았습니다. 보통 캐리어에 비엣젯 스티커? 달려있어도 다시 재확인 후 새로 달아주시던데 저 해주신 분은 제 캐리어에 달려있어서 8.5KG으로 오버(겨울옷 들고 있던 것 넣었더니 무게 초과됨) 되었으나 그냥 넘겨줬고 새로 바꿔 달아주지도 않으셨어요.
3) 치앙마이-인천 티웨이항공
기내용 캐리어 확인 안 했고 수화물만 확인했습니다. 티웨이는 전체적으로 그렇게 타이트한 분위기 아니었어요. (*개인적인 상황이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속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끝나자마자 보딩 시간되어 해당 플랫폼으로 갔더니 역시나 연착.. 30분 연착은 이제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무사히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최신식 기계에 쾌적한 환경, 무엇보다 빠른 프로세스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13년 만에 다시 방콕을 오는 거였는데 달라진 모습을 보니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다는 게 느껴졌다. 시간도 있겠다 지하철을 타고 후알람퐁 기차역까지 가보기로 했다. 예전 여행했을 때는 택시랑 뚝뚝 만 타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지하철만 타고 다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에어컨도 잘 나오고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후알람퐁까지 한번 환승했는데도 20-2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기차역에 있는 짐 보관소에 캐리어를 맡기고 근처 구경을 시작했다. 동남아를 너무 오랜만에 와서 이곳의 여름을 잊고 있었는데 너무 더웠다. 기차역 주변을 발이 닫는 대로 걷다 너무 더워 밀크티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걷다 보니 차이나타운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어서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태국은 12월, 1월은 겨울이라 그나마 서늘하다는데 동남아 겨울이라도 15분 이상을 걷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유럽여행 때 평균 2만보를 거뜬히 걸었던 나지만 땡볕에서는 나약해진다. 팟타이를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으나 왜 그 흔한 팟타이를 찾으려니 보이지 않았다. 찾다 찾다 포기하다 시원해 보이는 매장에서 국수 하나를 시켜 먹고 에너지 충전을 할 수 있었다.
너무 더워서 보이는 대로 들어간 카페
외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다르게 화사한 인디고 블루에 바리스타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커피 메뉴를 보니 내심 반가웠다. 아이스라테를 시켰는데 예쁜 꽃으로 데코 해 준 게 인상적이었다.
카페에 앉아서 인터넷을 하는데 기차역에서 짐 맡길 때 영수증을 받았다는 글을 봤다. 나는 안 받았고 심지어 캐리어 맡기면서 기재 같은 거 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관리 아저씨가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하셨고 심지어 인터넷에 나오는 가격들보다도 저렴한 18밧 밖에 안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기차시간이 오후 7시경이었는데 짐 때문에 4시에 돌아가게 되었다. 꽤 기차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걸어서 몇 분 안 되는 거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은근 황당했다. 그 와중에 세븐일레븐 보여서 기차에서 먹을 간식거리 야무지게 사주고 또다시 에너지 짜내면서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짐 보관소에 가니 아저씨가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하셨다. 나는 기억하시는데 내 짐은 기억 못 하셨다. 다행히 멀쩡히 있는 내 짐을 보고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런 내 모습이 그냥 참 씁쓸하기도 했다. 짐 들고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고 방콕에는 큰 미련이 없어 남은 시간은 기차역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니 다시 짐을 맡기고 부지런히 카오산로드라도 갔다 올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알람퐁 기차역 안은 정말 춥다. 밖은 무자비하게 더운데 안은 에어컨을 인정사정없이 틀어 놓는 것인지 가만히 앉아있다가 에어컨 바람 덜 오는 자리로 몇 번을 이동했지만 바람은 피할 수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추워서 캐리어에서 긴 옷과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나만 오랫동안 기다릴지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꽤 장시간 머물렀다 가고는 했고 심지어 내 옆에 단체인 사람들은 나랑 같은 치앙마이 기차를 탔다. 다들 미리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것 같았다.
슬슬 기차 시간이 다가오길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탑승 준비를 시작했다.
기차 연착...
처음 30분 지연으로 나와서 기다리다 역 플랫폼으로 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오지 않더니 전광판이 빨간색으로 바뀐 게 멀리서 얼핏 보였다. 벤치 자리 뺏길까 봐 가보지도 못하고 대충 연착이구나를 생각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결국 1시간 30분 뒤 출발했다. 원래 다음날 오전 8시쯤 도착예정이었는데 9시 30분 도착으로 또 늦어졌다.
차멀미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전에 말레이시아 슬리핑 기차에서 어지러웠던 기억이 떠올라 미연의 방지를 위해 편의점에서 멀미약 한 알을 사 먹었다. 먹고 나서는 별 반응이 없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딱 먹은 지 두 시간이 지나니 그때부터 슬슬 반응이 오는 게 느껴졌다. 그건 잠이 미친 듯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역에서 기다리는데 잠이 너무 와서 안 되겠다 싶어 괜히 한 바퀴 걷고 스트레칭하고 겨우겨우 정신 차린 것 같다. 멀미약의 효과가 정말 좋은 게 슬리핑 기차 안에서도 자다가 두세 번 깨기는 했지만 한번 잘 때는 잠깐이지만 깊게 잘 잤다. 새벽에 잠깐 앉아서 핸드폰을 보는데 앉아있으니 멀미 나는 것 같아 한알을 더 먹었더니 잠이 또 미칠 듯이 쏟아졌다. 약 지속 시간도 꽤 오래가는 것 같았고 기차에서 내릴 때까지 잠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반알만 먹어야지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좀 위험한 것 같다. 그냥 눈이 자꾸 감긴다.
기차 얘기를 하자면 최신식 기차인 6시 빨간 기차로 예약하고 싶었으나 1,2등급 모두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어 구매하지 못했다. 인터넷 보니 1달 전에 예약 오픈될 때 바로 구매해야 되는 것 같았다. 보통 위층보다 아래가 조금 더 금액이 나가는 만큼 더 편안하지 않겠나 싶어 나는 아랫칸으로 선택했다. 아랫칸이 위층보다 높이가 높아 앉아 있을 때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아 편안했다. 한창 달릴 때 소음이 심해서 귀마개를 끼고 잤는데 귀마개 필수템인 것 같다. 빨리 달릴 때 소음 진짜 크다. 최신식 기차가 아쉬웠던 이유는 화장실 때문이었다. 온라인에서 리뷰 봤을 때 화장실이 꽤 깨끗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기차는 화장실과 세면대가 암담했다. 화장실이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겹친 적이 없어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자리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기차 칸 중앙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난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중앙은 이미 다 차있는 상태여서 화장실 반대 끝쪽. 입출구 쪽 두 번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야간 기차라 출발이 시작되면 손이 빠른 베테랑 기사님께서 바로 침대칸으로 만들어 주신다. 침대 시트와 배게 커버 모두 깨끗했고 벌레 나왔다는 후기를 봐서 걱정했는데 벽이나 구석도 확인해 봤는데 생각보다 깨끗한 편이라 걱정하진 않았다. 그렇게 장정의 13시간 기차여행이 힘들까 봐 걱정을 살짝 했음에도 자고 일어나니 도착해서 큰 무리 없이 올 수 있었다. 사실 기차 안에서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왔으나 늦은 시간이라 의자에 앉아있던 건 별로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나흘 만에 치앙마이를 도착하게 되었다.
와보고 싶었던 치앙마이
과연 내 기대만큼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