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치앙마이 여행기_2022.12
치앙마이 기차역에 내려 올드시티에 위치한 숙소까지 차로 15분 내외였다. 내가 머물 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여 짐만 놔두고 동네 한 바퀴를 걷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라서 그런지 날씨도 나름 선선했고 (12월의 치앙마이는 아침저녁 서늘한 편이라고 한다.) 사람들도 많이 없어 한산한 올드타운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다. 오래된 상점들이 새로웠고 길 걷다 눈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해 주시는 아주머니, 아저씨 덕분에 마치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한 블록 걸을 때마다 로컬 식당보다 자주 보이는 큼지막한 웨스턴 식당들을 보니 확실히 이곳이 관광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브런치를 먹고 있는 많은 서양인들을 보고 있으니 순간 여기가 태국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코로나로 인한 회복이 온전하게 되지 않아서 그런가 유독 올드타운에는 현지인보다도 더 현지인스러운 백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치앙마이와 하나가 된 듯한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곳의 재미인 것 같다.
아무리 선선한 태국의 날씨라고 해도 여전히 찌는듯한 동남아의 날씨를 견디는 것은 쉽지 않았다. 12시가 지나니 햇살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고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13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기차 안에 갇혀있었다 보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쉬고 싶다는 생각에 점심을 먹을 겸 눈앞에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이 나오지는 않지만 실내보다는 트인 실외가 좋아 그늘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비록 옆은 매연을 뿜고 달리는 오토바이가 보이는 도로이지만 그래도 탁 트인 야외자리가 더 좋다. 태국에 왔으면 꼭 먹어야 할 필수 음식이면서도 베이식 코스인 새우 팟타이와 망고 슬러쉬를 선택했다. 태국에 있으면서서 팟타이를 가장 많이 먹을지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17일간 태국에 머물면서 딱 두 번 밖에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아쉽게 느껴진다.
올드타운은 그렇게 넓지 않아 지도를 보지 않고 걸어도 좋은 곳이다. 걷다 보니 타패게이가 나왔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의 호숫가에 앉아 물멍하고 있는 중 한쪽에서 비둘기 떼가 갑자기 날아가는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녀 두 분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비둘기를 모이로 모은 뒤 놀라게 해 사진을 찍어 주고 계셨다. 이 모습을 보는데 왜 비둘기가 불쌍해 보이는 걸까?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익숙해져야 할게 비둘기와 고양이이다. 개냥이 같은 고양이를 쓰다듬게 되고 어마어마한 비둘기 떼를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곳이다. 나는 여행 끝까지 비둘기는 적응하지 못했다.
큰 계획을 갖지 않고 왔던 여행이라 당장 오늘 무엇을 할지, 내일은 또 무엇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관광지가 아닌 여행은 처음이라 계획 없는 이 여행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올린 후기도 열심히 찾아보고 구글지도를 봐도 이곳은 여행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다음 스텝을 위해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계획 없어도 하루를 아낌없이 보내고 조급해하기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