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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육오늘 Mar 22. 2023

미술의 거장들을 만나다.

#4_프랑스 파리여행 6박 7일

프랑스 미술 무제한 보기



여행 전부터 부지런히 준비해 놓은 건 파리 뮤지엄패스 4일권이었다.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미술사에 대해 지식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가끔 흥미롭게 느껴지는 전시가 있으면 가는 정도이다. 그래도 자라면서 무수히 들어왔던 거장들의 실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니 한 번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권을 구매할지 4일권을 살지 고민하다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아 여유 있게 보자는 생각으로 4일권을 구매했다. 처음 입장을 기준으로 96시간까지 사용가능하니 시간을 잘 계산하면 5일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프리패스가 가능하여 오래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편리했다.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좌) 밀로의 비너스 (우) 아이들 설명듣는 모습


파리에 도착한 다음 날 가장 먼저 간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최소 하루 전날에는 온라인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부리나케 예약을 했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그런지 평일 12시에만 자리가 조금 남아있었다. 당일 숙소에서 일찍이 나왔음에도 대중교통 파업 때문에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어서 못 들어가면 어떡하나 했는데 예약만 완료하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1793년에 개관한 이곳은 3개의 건물로 나뉘며 프랑스의 궁전인 루브르 궁전, 두일리리 박물관, 리슈리왕 박물관을 합쳐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규모가 워낙 방대해서 한 번에 다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에 서있는 피라미드 모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벽돌과 유리, 과거와 현대의 대비가 조합되는 느낌이 굉장히 오묘하면서도 적절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루브르박물관 공모전에서 선택되어 기획된 아이엠페이의 디자인인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는 밖에서 보는 모습보다 지하 건물 안에서 위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박물관 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찬찬히 설명을 들으면서 보았다. 한국어 지원은 물론 위치 서비스에 대표작이 어디에 전시되어 있는지까지 잘 기재되어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역시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인 '모나리자' 앞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붐벼 있었다.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여유 없이 뒷사람을 위해 비켜줘야 하는 분위기가 아쉬웠다.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좌)밀레의 이삭줍기,  고흐의 자화상 ,(우)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
(좌)마네의 풀밭위의 식사 , 르누아르의 믈랭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우) 고갱의 아레아 아레아



오르세미술관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인상주의 작품을 가장 많이 전시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미술관으로 역을 개조하여 1986년에 미술관으로 개관했다고 한다. 르누아르, 고흐, 마네, 드가 등등 당대 최고의 회화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나에게는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어떤 의미로 그렸는지 가이드 설명을 통해 들으니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질 수 있었다.



뭉크의 해변에서 춤을



이날 에드바르크 뭉크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특별전이라 그 어떤 곳보다 사람들로 붐벼 사실 제대로 볼 수도 없을 정도였다. 어릴 적 가족의 잇단 죽음과 류머티즘관절염으로 죽을 때까지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뇌를 2만 5천 점이라는 양의 그림으로 그려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일대기를 알고 그림에 다가서니 그의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심정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제일 친근한 "절규"버전은 전시되지 않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그림들도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오랑주리 미술관(Musée de l'Orangerie)





이곳은 클로드 모네의 대작 수련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피카소, 르느와르, 루소, 모딜리니아, 마티스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모네가 미술관에 그의 작품을 기증하면서 공간이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은 사방 그림과 딱 어울리게 전시되어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큰 화폭에 담아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따뜻하면서도 다양한 색감이 자신의 정원을 얼마나 애정했는지 느껴진다.



(좌) 르누아르의 피아노치는 소녀들 (우) 르누아르의 어릿광대 옷을 입은 클로드 르누아르



모네의 그림도 좋았지만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르느와르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행복했다. 그림의 배경은 몰라도 그 자체로 나오는 행복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림들이 있다는 게 좋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Le Centre Pompidou)




조피두 퐁피두 센터는 젊은이들의 거리인 마레지구에 위치한 현대 미술 및 문화센터이다. 1977년 개관되어 이후 프랑스 미술, 디자인, 시각예술,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나에게 토요일 마레지구는 그야말로 혼잡한 곳이었다. 이곳이야 말로 평일에 갔어야 했는데 길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거의 반 사람들에 떠밀려 피하듯이 들어갔다. 퐁피두 센터의 외관은 마레지구에 딱 어울리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은 미술 작품 전시뿐 아니라 영화제, 콘서트, 세미나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도서실도 있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 군데 중에서는 가장 흥미가 적었던 곳 같다. 이곳에서 가장 좋았던 건 그곳에서 본 파리 풍경이었다. 탁 트인 야외에서 파리 시내를 볼 수 있으니 그 어떤 전망대 보다 좋았다. 유독 퐁피두 센터 야외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매트도 없이 바닥에 그대로 누워있는 파리지앵들을 보면서 '자유를 제대로 만끽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퐁피두 센터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나는 미술관은 루브르, 오르셰, 오랑주리, 퐁피두센터 총 네 군데를 관람했다. 파리 내에 워낙 많은 미술관들이 있어 욕심 같아서는 다 가보고 싶었지만 집중해서 듣고 본다는 게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곳당 평균 3- 4시간(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이 소요되었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니 정신적인 피곤함과 계속 걸어 다녀야 해서 체력소모까지 겹치니 보고 나면 온몸이 천근만근이 되는 것 같았다. 음식도 조금씩 천천히 먹어야 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삼키니 체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 전에 대표작들이라도 미리 공부하고 갔었더라면 더 좋은 시간을 보냈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도 들기도 했다.



그래서..

당분간 미술 전시회는 안 가도 될 것 같다는 기분과

후기는 쓰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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