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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랑관장 Jul 12. 2018

인도 여행기: 사막의 왕자들 편

안전한 여행이라는 의미

사막의 건조함도 밤이슬이 내린 이불을 말리기는 역부족이었는지 이불은 눅눅했다. 사막의 밤은 추워서 두껍고 눅눅한 이불을 네 겹이나 덮으니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하늘의 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파리 투어에 나를 포함해 세 명의 여행객이 있었고 나는 유일한 여자였다. 그 덕분에 사파리로 먹고사는 자칭 사막의 왕자들은 함께 웃고 떠드는 중에도 나를 주요한 대화 상대로 삼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나는 세이프존에 있는 느낌을 받았고 동시에 또 조금 슬펐다. 나머지 두 명의 여행객은 잘 자란 청년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중 한 명은 인도 출신의 매우 호방한 성격에 눈매가 깊은 캐나다 국적의 사내였다. 대화를 주도하면서도 늘 상대의 말에 경청하고 주변을 챙기는 스타일이었는데 인도 온 지 열흘만에 남자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한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는 내가 인도에서 혼자 여행을 하면서 겪어야 했던 사고들을 들으며 경악해마지않았고 함께 흥분해줬다.   

그런 그가 사파리 중 내가 고개만 돌리면 보일만한, 아니 그의 소변이 모래에 찰랑찰랑 고이는 소리가 들릴만큼 가까운 곳에서 일을 본 건 조금 충격이었다. 그 밤 내가 소변을 보기 위해 컴컴한 사막 어느 덤불 뒤에 숨어들어 소리 없는 소변을 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생각하면 말이다. 기분이 살짝 나쁘다는 건 그런 건가. 살짝이 살짝이 아닌 그런 거 말이다. 그 밤 그 "잘 자란" 청년들 틈에 누워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운 건 단지 사막의 밤이 추워서, 하늘에 별이 무수히 많아서가 아니었던 거 같다.

인도에 온 지 열흘. 매일매일 보는 광경이 놀랍고 충만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매일매일이 피곤하다. 그래서 아쉽다. 사막에서 다시 도시로 가는 중 갑자기 지프가 퍼져버리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건 피곤한 축에 끼지도 않는다. 사막 투어는 흥미로운 경험이어서 또 해보고 싶다. 다음번엔 온 신경을 별에만 쏟니라 잠들지 못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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