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8일, 나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데이비드 콜먼 교수와의 대담을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콜먼 교수는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에 있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권위자로, 2006년에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인구소멸'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한국과 주요 선진국들이 직면한 인구 문제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국제적 시사점을 모색하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대담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나는 11월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제 소개와 대담 요청을 드렸고, 한국의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를 주제로 국제적 비교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19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대담 어젠다를 공유하며 사전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옥스퍼드로 향하는 길은 설레고도 긴장이 되었지만, 콜먼 교수와의 대담은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고풍스러운 그의 자택에서 우리는 3시간 동안 저출생 문제의 원인과 극복 방안, 축소사회의 대응 전략, 한국과 유럽의 정책적 차이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담이 이루어진 배경과 그날의 여정을 먼저 시작합니다. 주요 대담 내용은 차후 소개하고자 합니다.
David Coleman 교수 집무실에서 대담 전 사진. 2024.12.28.
1. 대담을 요청하다.
2024년 12월 말, 출장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서 인구 문제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을 추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 콜먼 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점을 알고 있었기에, 그와의 대화를 통해 한국과 유럽의 인구 문제를 비교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고자 했습니다.
나는 콜먼 교수와 개인적인 인연이 없었기에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대담 요청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메일에는 내가 한국 정부에서 인구정책을 담당했던 이력과 현재 KAIST에서 교수로서 활동 중임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속도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국과 유럽의 정책적 접근을 비교할 필요성과 그로부터 얻을 교훈이 많을 것임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며칠 동안 답이 없어 스팸 필터에 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같은 내용을 다시 보냈습니다. 그러자 5일이 지난 후 11월 25일 콜먼 교수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대담 요청을 수락하며, 우리의 논의가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나는 대담을 사전에 준비하고 연합뉴스에서 대담을 취재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 토론 어젠다를 보내다.
콜먼 교수와의 대담은 제한된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진행되어야 해서, 사전에 토론 주제를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나는 저출생 문제의 극복 방안, 축소사회 적응을 위한 대응 전략, 이민정책 등 6개의 범주로 나누어 총 19개의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질문 목록을 이메일로 송부하자, 콜먼 교수는 "어젠다가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이다. 모든 질문에 답하려면 일주일이 걸릴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Your questions are interesting, penetrating and rather formidable. If they could be answered, it would take a week-long seminar!. However I will do my best.). 이 준비 과정을 통해 대담의 방향이 구체화되었고, 주요 논의 주제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콜먼 교수에게 보낸 논의 의제. 2024.12.10.
3. 콜먼 집을 방문하다.
12월 28일 아침, 나는 런던에서 콜먼 교수의 집이 있는 옥스퍼드로 향했습니다. 열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여정이었고, 구글 지도를 참고해 처음 가보는 길을 따라갔습니다.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고 베이커역에서 내려 메릴본(Marylebone) 역에서 국철(national rail)을 갈아타고 옥스퍼드로 갔습니다.
옥스퍼드시 역에 도착하지 배움과 문화의 도시(The City of Leaning and Culture)라는 표지판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전통을 잘 살린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년 전 미국 유학시절, 하버드대와 MIT 공대가 있는 매사추세츠주(state of Massachusetts)를 들어갈 때 미국의 정신(The Spirit of America)이라는 입간판을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유사한 문구와 유사한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스퍼드역에서 배움과 문화의 도시라는 표지판 앞에서 찍은 저자 사진. 2024.12.28.
옥스퍼드역에서 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을 만나서 택시를 타고, 약 1km 거리에 있는 콜먼 교수의 집으로 갔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보슬비가 내려 마땅히 기다릴 장소가 없어서 초인종을 눌렀고, 세 번의 벨소리 후 반갑게 문을 열어준 콜먼 교수와 마주했습니다. 그는 다정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며 집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David Coleman 집 앞에서 저자와 찍은 사진. 2024.12.28.
콜먼 교수는 아직 아침 식사를 못 하셔서 손수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계란과 베이컨을 중심으로 한 아주 간단한 메뉴였습니다. 영국인의 식사 준비와 식사메뉴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집무실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준비한 어젠다를 바탕으로 3시간에 걸쳐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4. 3시간 동안 대담을 진행하다.
콜먼 교수의 집무실로 이동했더니 매우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집무실이 나타났습니다. 아늑하고 편안하면서도 영국식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사전에 보낸 의제를 중심으로 제가 주로 질문을 하고 콜먼 교수가 답변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콜먼 교수와의 대담은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한국과 영국의 인구 정책과 동향을 깊이 있게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콜먼 교수는 한국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하기만 해도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한국 사회가 "덜 한국적이어야 한다"며 일과 교육의 과열을 진정시키고, 가족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하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대담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은 앞으로의 글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한국과 영국 등 유럽의 인구정책 사례를 분석하고, 어떤 점에서 서로 배울 수 있는지 탐구할 것입니다. 나아가 인구 문제는 미래가 안 보이는 부정적인 전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기회로 삼기 위한 정책적 방향과 사회적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을 통해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시대적 도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콜먼 교수와 대담 내용은 연합뉴스 김지연 기자의 취재보도로 연합뉴스에 2회에 걸쳐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국내 언론매체에서 추가로 보도를 해주었습니다. 보도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