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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중력에 맞서지 않고 이용하는 법

명상과 머리서기의 공통점

by 김경리

날개를 활짝 펴고 활공하며 기류를 이용하는 새처럼, 중력을 이용한다.

살람바 시르사2 변형 자세 자화상

오늘은 다음날 휴일이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명상을 했다. 찬바람에 종일 코가 막혔다가 명상을 하기 전에 머리서기를 포함한 요가를 40분 정도 했더니 한결 숨쉬기가 편했다. 그래도 숨을 쉴 때 소리가 날만큼 코가 좀 막힌 상태였는데, 명상에서 집중이 깊어지자 거짓말처럼 숨이 고요해졌다. 아마도 자율신경계가 안정이 된 효과인지 모른다. 정말로 호흡에 집중하게 되면 진공 상태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몸이 숨을 죽인다. 앉아 있는 척추와 골반, 다리나 어깨도 중력이 내리누르는 느낌이 없이 안락하다. 중력은 그대로인데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거기에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어 적응을 한 듯이. 그렇게 몸의 다른 감각들이 그 존재를 지우면서, 사방이 어두워서 저절로 스크린에만 집중하게 되는 영화관처럼 눈을 감고 코 끝 숨을 볼 수 있었다.

집에서 오랜만에 한 머리서기도 직립보행으로 고생 중인 척추를 편안하게 해 주며 이와 비슷한 교훈을 주었다. 머리서기나 플랭크를 할 때에 중력은 극복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좋은 도구가 된다. 날개를 활짝 펴고 활공하며 기류를 이용하는 새처럼, 중력을 이용한다.

이렇게 하루 끝에 명상을 하기 전에는 자기 전에 딱히 하는 것도 없이 시간을 오래 끌었던 것 같다. 거실에 널브러져서 스마트폰 화면을 주르륵 생각 없이 내리면서 온갖 세상만사를 다 보았다. 마치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집어먹는 눈앞의 강냉이처럼, 당장에 필요한 게 아닌 정보의 파편들을 끊임없이 주워 담았던 것 같다. 하릴없이 폰을 볼 때 시간은 또 왜 그렇게 잘 가는지 그러다 보면 금세 새벽 2시였다. 그렇게 '폰멍'을 때리면서 힐링이 되었느냐면 그렇지 않았다. 그 가운데 영 좋지 않은 콘텐츠가 끼어있는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심한 경우엔 하루의 기분을 완전히 망치는 것을 넘어서 악몽을 꾸고 다음날까지 영향을 받기도 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필연적으로 어딘가 매달릴 곳, 관심을 쏟을 곳을 찾는 마음 자체의 특성 이외에는.

명상을 시작한 후로는 마음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생긴 덕분인지 그런 일이 많이 줄었다. 퇴근 후 쉬면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폰을 잡는 횟수(아예 안 잡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와 더불어 무언가를 보게 되더라도 지나치게 몰입해서 심리를 넘어 물리적인 고통을 느끼는 일이 조금 줄었다. 명상을 하느라 늦은 시각이 되었어도 이전처럼 스트레스와 허무한 기분은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20분 명상 in 파드마

#명상9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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