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전 카페에서 하는 열네 번째 명상. 어젯밤 양치를 하면서, 요즘 매일 명상을 할 때 과연 '정말로' 명상을 하고 있는지 의문과 함께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명상에 앞서 또 한 번 다짐했다. 나는 이 매일의 명상을 새로운 루틴으로 받아들였지만 이걸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된다. 눈을 감고 호흡을 보는 일을 습관처럼 하되 숙제처럼 하지는 않겠다.
내일도 또 할 거니까-라고 오지 않은 앞날을 저당 잡아 지금의 시간을 대충 넘겨버릴 순 없다. 다른 곳이 아닌 여기 이 장소에서, 앞으로 언젠가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나는 들숨과 날숨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하고 면밀하게, 분명하게 보아야 한다. 눈을 흐리게 하는 안개 같은 생각들을 걷어내고 나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나는 과거를 헤매고 있지도, 미래에 살고 있지도 않다. 코 끝에 들숨과 날숨 사이에 과거에서 오는 고통과 미래에서 오는 불안의 영원한 영사관에 갇혀 있는 내가 비로소 보인다.갇혀 있는 나를 구하자. 그러니 당장의 호흡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