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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가장 정적인 명상의 가장 능동적 효과

명상이 이끌어낸 것

by 김경리

전에는 불평을 하면서도 무언가 바꿀 엄두는 내지 못하고 그냥 힘들어했었다면 명상을 하고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우카타 아사나 자화상

명상은 나에게서 능동적인 면모를 이끌어내도록 도와준다.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스케줄을 변경하기로 한 것처럼. 물론 명상을 시작한 이후 같은 일정이라도 덜 지친 상태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수업을 바꾸기로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리한 스케줄이 계속 누적되면서 몸이 아파졌다. 참다가 오랜만에 진료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디스크 돌출이 의심된다고 다음번엔 MRI를 찍어보자고 해서 비로소 마음을 먹었다. 계속 무리해서 이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상태가 악화되면 이 수업뿐 아니라 모든 수업을 한동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불행을 더는 이대로 묵인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어쩔 수 없다며 묵과하다가 어떤 심적인, 물리적인 고통과 질병을 겪을 수 있는지에 대해 나는 회사를 다니던 때의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에는 불평을 하면서도 무언가 바꿀 엄두는 내지 못하고 그냥 힘들어했었다면 명상을 하고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이 문제에 대해 고찰해 보다가 노트와 펜을 꺼내서 표를 한번 그려보았다. 우선 현재 나의 스케줄을 요일과 시간별로 적어보고 변경할 일정을 따로 표시했다. 이후 하고 싶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스케줄을 적어보았다. 그렇게 한눈에 들어오도록 표를 그려보니 머릿속이 옷을 착착 개어 놓은 듯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퍼즐의 빈칸 맞추기처럼 스케줄을 어떻게 바꾸면 더 좋을지, 어떻게 연락을 하면 좋을지 잘 보였다.

사실 요가 강사를 시작한 이래 수업 제안을 받는 일에만 익숙했기에 이렇게 능동적으로 행동한 적이 드물었다. 일 관련해서 평소 소극적이었던 태도를 바꾸어 변화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행동하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리가 되는 일을 고할 용기도 낼 수 있게 되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속담처럼 심플하게 내가 스스로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장 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명상이 나에게 가장 능동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단순히 괴로워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19분 명상 in 파드마

#명상9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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