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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Oct 02. 2023

세 번째 삶

#5

2023.9.28 

제목: 세 번째 삶

걸음과 걸음이 개미의 행진처럼 길게 이어진 끝
폭포가 있어 난데없이 서울 한가운데에

오백 미터 전부터 부서진 물의 조각이 채로 거른 듯
얇게 흩어지며 피부에 오소소 닿는다

그래 그 언젠가 조상님들이 공기 좋은 산 아래
계곡물에 지친 발을 씻을 적에는 이곳에도 아마

산꼭대기부터 흐르는 폭포가 있었을 거야
얼음이 녹으면 비가 내리면 물줄기가 되어
누군가의 눈에 담기면 그림이 되었을 거야

귀한 종이에 먹을 갈아 동물의 털을 빌려
그렇게 온 세상 만물을 모아 검은 폭포가 되어
어느 양반네 방에서 두 번째 삶을 살았을 거야

도시에서는 이미 주차장에 자리를 내주고
없어진 지 오래인데 이건 너의 세 번째 삶이구나

저마다 목줄을 맨 개들이 서로 인사하며 지나가는
세련된 도시의 오후 산책길에 쏴아아 내리는

비야
눈물아 인공 폭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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