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리 Oct 04. 2023

살구잼 블루스

#7

2023.10.4 
제목: 살구잼 블루스

시에도 맛이 있다면 나의 시는
살구잼이면 좋겠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경험을 한 알 한 알
바구니에 담아 쓰리고 아픈 기억을 씻어내고

가장 사랑스러운 잼을 만들 준비를 해야지
딸기잼보다 인기가 없고 포도잼보다 맛이 연해도

황금빛 밀밭을 보며 어린 왕자를 떠올릴 여우처럼
주홍빛 잼에 흐르는 윤기를 보며 태양을 떠올리게

저 햇살이 살구에 닿으면 차가운 새벽
이슬을 닦아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면 돼

그리하여 나의 시는 달지만 너무 달지 않고
새콤하지만 너무 시지는 않은

가끔씩 과육이 씹히는 순도 높은 살구잼이 되어
어느 외로운 식탁에 벗이 되어야지

하루 지난 바게트 같은 퍽퍽한 일상
부드럽고 달콤하게 담뿍 얹어

입가에 번질 미소가
되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반숙란의 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