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 농구 코트다

나는 아마도 동면 중인 거다

by 김경리

나는 공원의 빈 농구 코트다.

오늘 아침엔 눈이 내렸다.


사방팔방 거미줄처럼 쳐진

출입금지 테이프 아래

누가 놓고 간 공 하나.


그 위에 새하얗게

눈이 덮였다.


나는 아마도 동면 중인 거다.

사각거리는 눈 이불을 덮고

지나간 계절의 꿈을 꾼다.


매미 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운 날,

핏줄이 선 손으로 공을 튀기며

몸을 부딪다가 한순간 방향을 틀어

훅- 하고 날아오르던 발.


이어지는 함성과 탄성,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

서로 뒷목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던 얼굴들.


선선한 밤에 머리칼이 다 젖도록

치열한 경기를 하던 학생들,

시험을 앞두고 고사리 손으로

슛 연습을 하던 어린이와 아빠.


때로 공이 영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도

하나뿐인 골대를 향해 몇 번이고

도약하는 새처럼

다시 뛰어오르던 사람들.


그 사람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


물어봐도 답이 없이

눈만 쌓인다.


그 무수한 발소리가

공이 퉁퉁- 울리던 소리가

아마 내 심장 박동이었는지


눈이 오는 소리는 너무 고요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저 아래 잠든 개구리가 일어나고

눈밭 아래 움츠린 풀이 깨어나고

천천히 첫 꽃을 틔울 무렵


그즈음 심장이 또 뛸 때까지

나는 아마도 동면 중이다.


이전 09화자전거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