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 농구 코트다
나는 아마도 동면 중인 거다
나는 공원의 빈 농구 코트다.
오늘 아침엔 눈이 내렸다.
사방팔방 거미줄처럼 쳐진
출입금지 테이프 아래
누가 놓고 간 공 하나.
그 위에 새하얗게
눈이 덮였다.
나는 아마도 동면 중인 거다.
사각거리는 눈 이불을 덮고
지나간 계절의 꿈을 꾼다.
매미 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운 날,
핏줄이 선 손으로 공을 튀기며
몸을 부딪다가 한순간 방향을 틀어
훅- 하고 날아오르던 발.
이어지는 함성과 탄성,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고
서로 뒷목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던 얼굴들.
선선한 밤에 머리칼이 다 젖도록
치열한 경기를 하던 학생들,
시험을 앞두고 고사리 손으로
슛 연습을 하던 어린이와 아빠.
때로 공이 영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도
하나뿐인 골대를 향해 몇 번이고
도약하는 새처럼
다시 뛰어오르던 사람들.
그 사람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을까.
물어봐도 답이 없이
눈만 쌓인다.
그 무수한 발소리가
공이 퉁퉁- 울리던 소리가
아마 내 심장 박동이었는지
눈이 오는 소리는 너무 고요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저 아래 잠든 개구리가 일어나고
눈밭 아래 움츠린 풀이 깨어나고
천천히 첫 꽃을 틔울 무렵
그즈음 심장이 또 뛸 때까지
나는 아마도 동면 중이다.